최저임금 산입범위 '가닥'

민주당·한국당 잠정 합의… 이달 임시국회서 처리키로

'최저임금 폭탄' 최악 피했지만… 산업계 "모든 상여금 포함해야"

양대노총 출신 여야 원내대표 등판… 논의 급물살

한노총 김성태·민노총 홍영표, 원내 협상파트너 활약
극심한 최저임금 후폭풍에 정부도 '속도조절' 공감대
산업계 "분기별 상여금 포함, 복리후생비도 넣어달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류장수 신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7일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5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을 처리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달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을 앞두고 임금체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중소상공인의 임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현금성 숙식비도 법 개정안에 넣는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 등의 반발을 고려해 법 개정 후 시행령으로 추진하는 복안도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용노동부 규정에 따라 ‘매월 지급’하는 것을 대상으로 하기로 기준을 정했지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와 관련, 오는 21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를 소집했다.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정기상여금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현금성 숙식비를 법률 개정안에 담을지도 결론을 낼 예정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정하자는 데 여야 간 이견은 없다”며 “구체적인 범위는 소위에서 최종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년 가까이 끌어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가 ‘월 정기 상여금+현금성 숙식비’ 포함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여야 간 잠정 합의는 지난해 16.4%의 기록적인 인상률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을 뛰어넘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산업계는 격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상여금을 주는 사업장이 많은 만큼 월 정기 상여금만 포함하는 안에 반발하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역시 “일단 한숨 돌렸지만 향후 노동계 반발 정도에 따라 정치권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양대 노총 출신 원내대표 효과?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산입범위를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두 달 넘게 공전하던 국회의 산입범위 논의가 급물살을 탄 계기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61)의 ‘등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인 홍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60)와 함께 양대노총 출신이 원내 협상 파트너를 이루게 된 것이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당적을 떠나 두 사람의 친분은 국회 안팎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가닥을 잡은 것도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여야는 5월 국회 처리를 전제로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노동계나 진보정당의 반대가 심해 여의치 않으면 ‘플랜B’로 간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B는 정부 시행령으로 현금성 숙식비를 산입범위에 넣는 방안이다.
◆고용 감소 ‘후폭풍’ 확인한 정부

최저임금에 산입하기로 한 현금성 숙식비에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제공하는 숙박비와 식비를 말한다. 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마지막으로 논의한 ‘식사 및 숙식 현물 급여 산입범위 포함 방안’에서 한 발 나간 조치다. ‘숙식비 현물 급여’는 숙소 생활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로 적용되지만 현금성 숙식비는 임금으로 숙식비를 받는 한국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여야 잠정합의 이면에는 최저임금 후폭풍에 대한 정부 내의 공감대도 한몫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는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업계와 근로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지난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착륙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최저임금과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분기별 상여금 포함’ 명문화해야

경제계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인상률을 논의하기 전에 여야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손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선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이 또다시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되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예정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산입범위와 별개로 정기상여금 기준을 ‘매월 지급’으로 할지, 격월 또는 분기별 지급도 포함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뿐 아니라 격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지급하는 상여금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격월,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려면 지급 주기를 월별로 바꿔야 하는데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숙식비뿐 아니라 교통비, 근속수당 등 복리후생비용도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여금을 꼬박꼬박 받는 근로자는 대부분 대기업의 정규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별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백승현/좌동욱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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