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4세 경영' 시동

구광모 상무, 내달 (주)LG 사내이사로 선임

구본준 부회장, 향후 그룹서 분리해 나갈 듯
하현회·한상범 등 부회장 6人이 具상무 보좌
電裝·바이오·OLED 등 '신사업 성공'이 과제

2012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 명예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의 미수연(米壽宴·88세)에 LG그룹 오너 일가가 참석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앞줄 맨 왼쪽)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뒷줄 오른쪽 두 번째) 등이 함께 등장한 사진으로는 유일하게 공개된 것이다. LG 제공

재벌가 중에 가장 강한 유교적 가풍을 유지하고 있는 LG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는 이변이 없었다.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고, 일단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LG오너가(家)의 전통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경제계의 관심은 ‘구광모 시대’ LG그룹의 모습으로 옮겨가고 있다. 계열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도전하고 있는 전장(電裝)과 바이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수가 70개에 달하는 LG그룹의 자산총액은 123조원(3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1만여 명(해외 8만여 명, 국내 13만여 명)이다.

◆LG 컨트롤타워 재편

LG그룹에서 경영권 승계가 공식화된 것은 23년 만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넘긴 때는 1995년이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구 명예회장과 함께 LG그룹 및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장자 승계, 형제 퇴진’은 이번에도 반복된다. 구 명예회장의 아들 4명 중 차남과 사남은 일찍부터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등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다. 구본무 회장을 제외하고 LG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아들은 셋째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밖에 없다.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구본준 부회장도 LG그룹 바깥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전망이다.

LG그룹 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장자 승계가 결정되면 형제들은 독립해 별도의 영역을 개척하는 게 LG의 전통”이라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구본준 부회장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 내 일부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인수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본준 부회장이 독립하는 과정에서 LG그룹 내 일부 사업이나 계열사를 분리시켜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LG그룹 경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빈자리는 전문경영인들이 메운다. 하현회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구광모 상무가 (주)LG 등기이사로서 그룹 경영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조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경영인들은 오랜 기간 LG 계열사들을 경영해온 만큼 젊은 구 상무가 불가피하게 갖고 있는 경험 부족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메워줄 전망이다.
◆지분 승계는 어떻게…

구 상무가 어떤 방식으로 지분율을 확대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지도 관심사다. 2003년 지주사로 전환한 LG그룹은 (주)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갖게 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구 상무의 (주)LG 지분율은 6.24%로 구본무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구본무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의 (주)LG 지분율이 46.65%에 이르는 만큼 구 상무의 지분율이 적다고 당장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변수는 갑작스러운 승계 절차 시작의 원인이 된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다. 상황에 따라 구본무 회장이 소유한 (주)LG 주식 1945만8169주를 상속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30억원 이상에 대한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 데만 7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속세를 지분으로 내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그룹 측 판단이다. 구본무 회장의 지분 중 절반인 6%가량만 구 상무가 물려받더라도 구 상무는 현재 지분에 더해 12%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분 승계는 구 상무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여러 과제 중 일부일 뿐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며 각종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전장 및 태양광, LG화학의 바이오 및 차량용 배터리, LG디스플레이의 OLED 등이 대표적이다.

노경목/좌동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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