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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으로 한층 불안해진 중동 정세가 국제유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70달러 중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25%(0.18달러) 상승한 71.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수요 증가량을 하향 조정했지만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미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140만배럴 감소했고, 휘발유 재고도 379만배럴, 정제유 재고도 9만2000배럴 감소했다"며 "IEA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며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량을 일간 150만배럴에서 140만배럴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원유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란 핵 협정 이후 일산 380만배럴까지 회복됐던 이란 산유량이 20만~100만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유럽과 러시아가 이란 핵협정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정부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미칠 영향이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역시 유가를 자극하는 불확실성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 추세도 우려 요인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 들어 2월을 제외하면 매월 상승했고 연간 누적 상승폭은 18%에 달한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유가를 다시 한번 끌어올리고 있는 국면이고, 현재 유가의 등락을 결정하는 가장 유력한 변수는 산유국의 정치적 이벤트, 특히 이란을 둘러싼 리스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WTI 기준 국제 유가가 최대 70달러대 중반에 접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요 산유국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들이 유가를 끌어올렸고, WTI는 올 상반기 70달러 중반대 도달이 현실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WTI 예상 구간 전망치로 55~75달러를 제시하고 연평균 전망치는 65달러로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유가강세가 좀 더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아직은 위험자산이 좀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는 추세 상승보다 점진적인 안정화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가 상승 구간에서 미국 셰일오일기업들이 산유량 증가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도 WTI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대인 퍼미안 분지를 중심으로 미 산유량 추세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인 DUC(시추·미완결) 유정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하반기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추세 상승보다는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의미하는 것은 급등과 함께 급락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이벤트의 해소를 전제할 경우 올 하반기 유가는 60달러 중반대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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