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넘버는 얼마일까.”

16일(현지시간)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연 3.1%를 상회하면서 월스트리트에서 ‘매직 넘버’ 찾기가 한창입니다. ‘매직 넘버’란 주식 시장에서 채권 시장으로 돈이 이동하는 미 국채 금리 수준을 말합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2011년 7월 8일 이후 처음 3.1%를 상회했습니다. 한 때 3.104%까지 치솟았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2008년 8월 11일 이후 최고인 2.593%를 기록했습니다. 30년물 금리도 3.22%로 상승했습니다.

국채 금리는 전날 급등한 탓에 장 초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시간이 갈수록 오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이날 발표된 4월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7% 증가했습니다. 예상치 0.6%보다 높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3.5% 증가했습니다. 전날 4월 소매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 금리가 3%대를 웃돌자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돈을 빼내 옮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3% 넘는 수익률이라면 스트레스 받으면서 주식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주가 움직임을 제외하면 미국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1.9% 수준입니다.
다만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어 투자자들은 아직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지금 샀다가 금리가 오르면 사들인 채권 값은 하락합니다. 금리(수익률)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오스트레일리언수퍼의 마크 딜러니 수석투자책임자는 “지난해 채권 대부분을 매도했지만, 금리가 그때보다 1%포인트 가량 더 높아졌다”며 “현재 숏포지션(매도포지션)을 바꿔야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지난 4~10일까지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 223명(운용자산 6430억달러)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5일 발표한 ‘5월 펀드매니저 설문’을 보면 가장 많은 25%의 펀드매니저가 10년물 기준 3.51~3.75%를 매직 넘버라고 답했습니다. 그쯤 되면 주식을 채권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3.26~3.50%가 찍은 펀드매니저가 21%에 달했습니다.

미 채권 금리는 그 수준까지 계속 오를까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로버트 미드 아·태 공동수석은 이날 미 국채 금리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0년물은 올해 3.0~3.5%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호주 뱅가드인베스트먼트의 제프리 존슨 아·태지역 수석은 10년물 미 국채의 적정 금리가 3.0~3.25%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전날 국채 금리가 치솟자 트위터에 “미국 경제가 10년물 기준 3.25%보다 높은 금리를 지탱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스는 특히 30년물과 관련해 기술적 지지선을 지적했습니다. 지난 30년간 30년물 국채 금리의 장기 하락 추세선 상단이 3.22%라는 겁니다. 그는 30년물 금리가 3.22%를 넘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30년물 금리는 이날 3.22%에 도달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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