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가 드디어 국내에 발을 디뎠다. 르노삼성이 출시 가능성을 언급한 2015년 말 이후 무려 2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그래서인지 르노는 광고를 통해 "늦어서 미안"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120년간 자동차를 만들던 르노가 이제서야 국내에 나타났다는 뜻이다. 프랑스 감성이 듬뿍 담긴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지난 15일 강릉에서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소형차의 발랄함과 볼륨을 강조했다. 앙증맞은 자태에서 언뜻 토끼 이미지도 보인다. 여러 유채색으로 구성한 외장 색상 라인업에선 생기가 묻어 난다. 전면부는 르노 다이아몬드 엠블럼으로 집중되는 그릴과 'ㄷ'자형 주간주행등이 르노의 정체성을 알린다. 르노삼성의 태풍을 형상화한 엠블럼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클리오는 차체에 비해 휠베이스가 상당히 길어 보인다. 실제 휠베이스는 2,590㎜로 국내 시판 중인 소형차 중 가장 길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운 타이어 덕분에 알찬 이미지가 물씬하다. 도어 아래를 장식한 가니쉬는 감각적이다. 후면부 LED를 심은 테일램프는 날카로운 눈빛을 떠올린다. 엠블럼 안에 후방카메라를 심는 센스도 발휘했다.









실내는 실속에 충실한 짜임새로 구성해 단출하다.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무언가 비어있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에 비해 좁아 보이는 센터페시아는 7인치 모니터, 송풍구, 버튼 등이 이루는 조형미가 아쉽다. 시트포지션이 낮지만 시야는 꽤 괜찮다. 사이드미러를 깃발 형태로 구성하고 쪽창을 더한 덕분이다. A필러를 최대한 앞 쪽으로 빼낸 캡포워드 스타일을 채택해 머리 공간도 확보했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선회 시 몸을 잘 지지해주지만 등받이가 좁다. 인조가죽과 벨벳을 곁들인 소재는 나쁘지 않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가파른 데다 다리 공간이 비좁아 2+2 쿠페를 타는 자세가 연출된다. 그러나 푸조 208 등 B세그먼트의 경쟁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적재 공간은 300ℓ로 장보기용에 적당하다. 그러나 6:4 비율의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4배 가까이 늘어난다.

편의품목은 연결성을 강조한 풀 미러링과 보스의 음향 시스템 만족도가 높다. 특히 오디오는 라디오마저 선명한 음질이 차의 격을 높인다. 주변의 360도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시스템도 동급에선 낯선 품목이다. 반면 존재가 다행일 정도의 컵 홀더 구성과 다이얼식 등받이 각도 조절은 아쉬운 부분이다.











▲성능
동력계는 1.5ℓ dCi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m를 발휘한다. 이미 QM3를 통해 국내에도 익숙한 엔진이다. 그러나 성인 1명이 빠진 차체 무게 덕분에 더 경쾌하게 달려 나갈 수 있다.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효율에 초점을 맞춰 급가속 시 답답할 수 있겠지만 일상적인 가속일 경우 만족스러운 설정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7.7㎞(도심 16.8㎞/ℓ, 고속도로 18.9㎞/ℓ)로, 실제 시승을 통해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참가자가 많았다.


섀시는 차체를 세심하게 휘저을 수 있게 설정됐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버금갈 정도로 직관적이며 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노면의 잔여 충격을 충분히 걸러낸다. 1,235㎏에 불과한 중량과 차체 뒤가 가벼운 점도 즐거운 운전에 한 몫 한다. 고속 안정성도 소형차임을 감안하면 제법이다. 실제 클리오는 독일의 악명 높은 서킷인 뉘르부르크링에서 트랙 전용 렌터카로 쓰일 정도로 운전 재미가 뛰어난 차로 알려졌다.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 진동은 적어 불만을 갖기 힘들다. 오히려 QM3보다 낫다. 의외의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도 클리오의 매력이다.

아쉬운 건 타이어의 낮은 한계다. 넥센타이어의 사계절용 타이어 엔페라 AU5(205/45ZR17)를 장착하고 있지만 차의 운동성능을 다 커버하지 못하는 탓에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유럽에 시판 중인 클리오는 더욱 진득한 여름철용 타이어를 끼우고 출고된다.



▲총평
작은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성을 바탕으로 날쌘 몸놀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성까지 챙겼다. 특히 운전 재미만큼은 자타가 공인한 클리오의 핵심이다. 시승 현장의 많은 클리오를 보고 영화 '이탈리안 잡'의 추격 장면을 장식했던 미니 쿠퍼들을 떠올렸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클리오 만의 원 메이크 레이스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클리오가 뒤늦게 뛰어든 수입 해치백 시장은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없었다며 클리오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오랫동안 모터스포츠와 컴팩트카에 집중한 르노의 노하우를 가득 담았다는 의미다. 물론 유럽 베스트셀러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존재하는 만큼 가능성도 없진 않다. 실제 클리오는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B 세그먼트에서 폭스바겐 폴로, 포드 피에스타 등의 경쟁자들을 압도해왔다. 하지만 국내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이른바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이니 말이다. 그래서 클리오를 향한 소비자들의 선택 여부가 더욱 궁금하다. 가격은 젠 1,990만~2,020만원, 인텐스 2,320만~2,350만원이다.


강릉=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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