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2006년 중단된 경수로 사업 재개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주한규 <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 >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40년에 걸친 건설·운전 경험을 축적해온 한국의 원전은 최고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에 대한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지원 발언이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과 편익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지난 3월 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이 한국과 UAE 관계에서 ‘신의 축복’이었다고 했다. 원전 수출을 기화로 UAE와 특별 전략적·동반자적 관계 형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UAE 원전 4기 수출은 건설로만 22조원, 60년간 운영수익 56조원 등 총 78조원의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있다. 또 에너지, 반도체, 보건의료 분야에서 26조원 규모의 부가적인 경제 협력과 외교·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 등 막대한 국가적 이익을 낳았다.

사우디는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비(非)탄소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원자력 기술을 손에 넣어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전’의 상용화 및 제3국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 모두 제3국 원전 시장에 우리나라와 공동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데 이는 원전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에너지국의 ‘2017 세계 에너지 전망’ 자료에 따르면 신기후 정책에 따라 2040년 세계 원전 용량은 2016년보다 25% 늘어난 516기가와트(GW)에 이를 것이며,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지속가능 개발 시나리오가 추진되면 720GW까지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160여 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최근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과 체코 원전이 포함돼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원전 수출은 제조업 수출이 내리막길에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의 수출 가능성은 1995년 시작된 대북(對北) 경수로 사업에서 태동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시 모든 원전 설계 문서와 건설 진행과정을 영문화하고 체계화한 것이 UAE 원전 수출 성사에 큰 도움이 됐다. 한반도 평화 정착 무드가 다시 조성되고 있는 요즈음 대북 경수로 사업의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면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북한 과학기술자들을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에 종사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북한의 발전용량은 766만킬로와트(kW)로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우리나라의 1978년(773만kW) 수준이며 2016년 1억kW를 넘어선 우리나라 발전용량의 7.3%에 불과하다. 더구나 북한 발전설비의 61%는 이용률이 높지 않은 수력발전이라서 2016년 실제 전력생산량(239억kWh)은 우리나라의 2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의 전력 사정은 매우 좋지 않다. 그러므로 100만kW 원전 한두 기를 건설하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전이 완공되기까지는 우리나라의 잉여 전력을 송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원전기술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수출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의 원전기술은 손에 든 떡이다. 우리가 먹을 수도 있고 북녘 동포에게도 나눌 수 있는 식량이다. 그냥 버려서 썩히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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