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새벽 우리 측에 남북한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회담이 10시간도 채 남지 않은 0시30분 일방적으로 통지문을 보내 회담 중지를 주장한 집단을 ‘정상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북한은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 실시를 이유로 들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훈련이 문제라면 훈련이 시작된 지난 11일 이전에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은 훈련 시작 4일이 지난 15일 회담을 제의했었고, 15시간 만에 취소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방북한 남측 특사단에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했던 건 무슨 얘기였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새벽에 일방적으로 회담중지를 통보하고는 관영매체를 동원해 대한민국에 비난을 퍼부은 행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보는 북측의 속마음을 드러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도 마찬가지다. “선의(善意)를 베푸는 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북남 관계에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제 정신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런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인 대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남북한 관계 진전에 근본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은 특히 그렇다. 이러다가 자칫 핵을 보유한 북한이 한국을 입맛에 맞게 주무르는, 이른바 ‘핵 그림자(nuclear shadow)’ 전략에 빨려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런 북한을 놓고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전제한 경제협력에 들떠 있는 우리 모습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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