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축 기업이 흔들린다
추락하는 제조업 경쟁력

원가 경쟁력 갈수록 하락
韓보다 국민소득 높은 싱가포르
동남아 노동자 영입해 원가 절감

자동차도 고임금·저효율
현대차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도요타보다 5~7%P 높아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 ‘빅3’의 견적팀에 비상이 걸렸다.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제조사인 샘코프마린이 노르웨이 스타토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설비)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실현 불가능한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보다 8000만달러(약 860억원) 저렴한 4억9000만달러를 제시한 샘코프마린은 결국 수주계약을 따냈다.

◆갈수록 떨어지는 원가 경쟁력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대형 해양플랜트는 한국 조선 빅3만의 먹거리였다. 이름조차 생소한 샘코프마린에 수주계약을 뺏기자 빅3는 부랴부랴 원가 재검토에 들어갔다. 검토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국 조선사가 샘코프마린이 제시한 가격 수준을 맞출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인건비였다. 샘코프마린의 노동자 임금(보험료, 퇴직급여 등 포함한 회사지급액 기준)은 시간당 25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2.6배나 많은 65달러에 달했다. 싱가포르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5만3053달러로 한국(2만7097달러)보다 2배 가까이 높지만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영입하면서 원가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 제조업이 ‘임금의 역습’에 휘청이고 있다. 한때 한국 제조업의 무기였던 인건비가 이제 거꾸로 한국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임금·저효율 구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최근 상황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투입되는 비용이 늘고, 이익이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고임금·저효율 구조 탓에 다 잡았던 계약을 놓치고, 기업의 생사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조선산업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후발주자에 거의 따라잡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에는 벌크선 같은 저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내주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사정도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임금은 높은데 생산성은 바닥

자동차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GM이 휘청인 이유를 뜯어보면 결국 고비용·저효율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 군산공장은 폐쇄되기 직전 가동률이 20%에 불과했다. 한 달 중 제대로 근무하는 날이 1주일도 안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회사는 생산라인이 멈춘 날에도 근로자에게 임금의 80%를 지급해야 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해마다 줄어도 연봉은 매년 3~4% 늘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고비용·저효율의 덫에 걸렸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각각 9200만원, 9300만원에 달했다. 현대차 한국 공장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5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15%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쟁회사인 도요타, 폭스바겐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보다 5~7%포인트 높다. 버는 돈에 비해 지출하는 인건비가 많다는 의미다.

경제계 관계자는 “조선과 자동차는 물론 한국 제조업 전체가 고임금·저효율 구조에 질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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