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2018년 중 인수합병(M&A)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을 찾겠습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4월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 투입안을 마무리 지으면서 한 말이다.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우조선에 계속 혈세를 투입해선 안 된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우조선 매각 방침이 1년 새 180도 바뀌었다. 올해 안에 매각하긴 힘들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0년까지 가야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팔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수익 구조와 조선업 상황을 봤을 땐 도저히 올해 안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매각하겠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정부가 나서서 매각을 미루며 대우조선의 자생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VLCC) 다섯 척을 대우조선이 모두 수주한 배경엔 정부 지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의 대주주가 모두 산업은행인 까닭에 산은이 대우조선의 연명을 위해 ‘셀프 수주’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미 조선업계 협력업체들 사이에는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보다 대우조선과 거래하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만큼 제품 가격과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우조선 매각이 미뤄지는 사이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최근 “시장 규모가 3분의 1로 줄었는데 (조선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어쩌나 싶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한국 조선업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산은의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정상 조선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은이 대우조선을 끌어안고 있는 기간에는 이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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