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 이전 수준 회복

신라, 영업이익 182% 급증
롯데·신세계는 흑자전환

中보따리상 대량구매 효과
수수료율 낮춰 수익성 올려
해외공략 체질개선도 성과

지난 2일 롯데면세점 서울 명동 본점에 들어가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서 있다. /한경 DB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에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면세점들이 예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해 가고 있다. 면세점들이 사드 보복의 충격을 적극적인 체질 개선과 해외 진출 등으로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본격 유입되면 면세점 실적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 1분기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325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분기 만에 큰 폭의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영업이익은 유커가 뚝 끊기기 직전인 작년 1분기 수준(371억원)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매출은 1조2696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5% 증가했다. 롯데는 임차료 부담이 큰 공항면세점에서는 1분기에도 67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 손실을 서울 명동 본점 등 시내점에서 거둔 1000억원 이상의 이익으로 상쇄했다.

신라면세점은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전 분기 대비 381% 급증했다. 신세계(439,5009,500 -2.12%)면세점도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108억원에서 올 1분기 23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은 약 3400억원으로 85.8%나 늘었다.

국내 면세점들의 수익성 개선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을 상대로 한 송객수수료를 낮춘 영향이 크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유커가 사라진 뒤 중국 내 한국 면세품 구입은 주로 대리상인 따이궁을 통해 이뤄졌다. 따이궁이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일이 많았다. 한국 면세점은 △‘정품만 판다’는 신뢰가 높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할인율이 높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매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으로 따이궁이 특히 선호한다.
면세점들은 유커 빈자리를 따이궁으로 메우기 위해 작년 대대적인 경쟁에 나섰다. 따이궁 모객을 하는 여행사에 판매액의 최대 25~30%까지 송객수수료란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줬다. 국내 면세점들이 지난해 송객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1조1481억원에 달했다.

따이궁을 끌어들이기 위한 면세점 간 ‘출혈경쟁’이 약화된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영업 마진을 넘어설 정도로 수수료율이 높아지자 면세점들이 자정 노력을 벌이기 시작했다. 롯데, 신라가 수수료율을 먼저 낮췄고 후발 주자들도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수수료율은 평균 10% 중반대까지 떨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특히 롯데, 신라는 10%대 초반까지 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들이 중국 관광객 일변도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 것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5월 베트남 다낭점을, 신라면세점은 12월 홍콩공항점을 열었다. 이들 해외 면세점은 영업을 시작한 뒤 바로 ‘흑자’를 내며 매출뿐 아니라 이익 개선에도 기여했다. 롯데는 다음달 베트남 나트랑점 영업도 시작한다. 인천·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는 올해 해외에서만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면세점들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자 신규 면세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신세계면세점은 7월 강남점 개장을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109,0001,000 +0.93%)도 무역센터점 일부를 면세점으로 개조해 11월 문을 열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