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점화 경매에 등장…한국미술 신기록 도전

1972년작 '3-II-72 #220'
서울옥션 홍콩경매 출품
80억원부터 경매 시작

올들어 15점 낙찰액 90억
애호가들 4년째 구입 열풍
낙찰 최고가 '톱5' 싹쓸이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장을 찾은 관람객이 오는 27일 홍콩경매에 출품할 김환기의 빨간색 점화 ‘3-II-72 #220’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옥션 제공

한국 미술시장 대표주자 김환기 화백(1913~1974)의 그림값이 2015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점화와 반추상화 시리즈가 국내외 시장에서 점당 60억원대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큰손’ 컬렉터들은 작년 서울과 홍콩 경매시장에서 김 화백의 작품 125점을 사들이는 데 모두 254억원을 ‘베팅’했다. 국내 전체 경매시장(1892억원)의 13%에 달하는 액수다. 40억원 이상의 초고가 작품도 여섯 점이나 탄생했다.

그의 작품은 동양정신에 바탕을 둔 긍정적인 숭고 미학을 표방하며 한민족의 성정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김환기 빨간색 점화 100억원 도전

김 화백의 작품은 올해도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낙찰 최고가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1분기 경매에는 총 19점이 출품돼 15점이 팔리며 벌써 90억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김 화백 미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뉴욕시대’ 점화가 다섯 번째 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 경신에 나선다. 김 화백이 1972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빨간색 점화 ‘3-II-72 #220’이 오는 27일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80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전국 공동주택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 서초동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 5차 273.64㎡(공시가격 기준 68억5600만원)를 훨씬 웃도는 가격이다. 붉은색 점이 가로 202㎝ 세로 254㎝ 전체 화면을 채우고, 상단에는 푸른색 점이 역삼각형 꼴을 이루고 있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김 화백의 전면 점화는 ‘환기블루’로 불리는 푸른색 계열이 대다수”라며 “이번 경매 작품은 작가가 그린 청색 톤 작품과 비교하면 뜨거운 생명력과 열정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의 반추상화 작품 ‘달과 매화와 새’도 23일 K옥션의 5월 경매에 추정가 19억~30억원으로 나온다. 김 화백이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시절 완성한 특유의 푸른 색조 작품이다. 김 화백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한 과정을 보여주는 1966년작 ‘Ⅶ-66’은 추정가 6억5000만~13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반추상화도 가격 급등세

김 화백 작품에 대한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의 ‘거침없는 식욕’에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작년 4월 K옥션 경매에서 김 화백의 점화 ‘고요, 5-Ⅳ-73 #310’은 65억5000만원을 부른 응찰자에게 팔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서울옥션의 11월 홍콩경매에서는 김환기의 1964년작 반추상화 ‘모닝스타’가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2800만홍콩달러(약 39억원)에 낙찰됐다. 완전 추상화 ‘점화’를 제외한 반추상 그림으로는 최고 낙찰가 기록이다. 노란색 점화 ‘12-V-70 #172’(63억3000만원), 파란색 점화 ‘무제 27-Ⅶ-72 228’(54억원), ‘무제’(48억6750만원) 등도 40억~60억원대에 거래되며 경매 최고가 ‘톱5’를 싹쓸이했다.

◆韓·中 추상화, 최고가 3배 차

1970년대 김 화백이 그린 점화가 시장에서 초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는 뭘까. 미술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화단에 불어닥친 단색화 열풍과 작품성의 영향 덕분에 김 화백 작품에 대한 해외 수요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김 화백의 점화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 자오우키의 1964년작 ‘29.01.64’(219억원)에 비하면 김 화백의 작품 최고가(65억원)는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김 화백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대표 작가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파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평생 성실한 작가로 일관했던 삶 등이 감동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1000만달러 작가’(7 figure artists) 대열에 낄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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