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인터뷰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최혁 기자

“설마 우리집도….”

전국적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하면서 세입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아래로 떨어지자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매매값이 전세 보증금 아래로 떨어진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여윳돈이 없는 집주인이 집을 포기하면 세입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버틴다면 세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일 집코노미가 경매전문 변호사인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를 만나 임차인이 역전세난의 피해를 입지 않는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정 변호사는 “결국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임차인이 역전세를 예방할 수 있나.

“물론이다. 부동산시장은 투자자만 눈여겨봐야 하는 곳이 아니다. 어렵게 모은 자산을 날리고 싶지 않다면 전셋집을 구할 때부터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마치 매매를 위해 조사를 하듯 공급물량을 잘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입주가 몰리는 지역이라면 전셋값 하락은 필연이다. 2년 뒤 곧바로 이사할 예정이라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8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라면 가급적 계약하지 않는 게 좋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집주인이 집을 판 돈으로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집주인이 ‘갭 투자자’일 가능성도 높다.”

▶예방의 범주에서 전셋집을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등기부등본 상에 자신보다 선순위인 권리가 하나라도 있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최소한 보증금을 날리지는 않는다. 선순위 저당권 금액이 적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향후 매매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값과 전세 보증금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경우 집주인에게 국세와 지방세를 제대로 냈는지 완납증명도 요구해야 한다. 등기부가 깨끗해도 경·공매가 진행되면 국세청 등이 세입자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세금은 부과한 시점 기준으로 배당 순위가 정해진다. 국세청 등이 압류한 시점이 아니다. 미납 중이라고 하더라도 압류하기 전에는 등기부가 깨끗하다. 등기부만 믿고 계약했다간 배당순위에서 국세청 등에 밀린다.

이처럼 예방을 강조하는 건 임차인 입장에선 이 방법이 사실상 최선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증금 반환이 문제가 돼 법적인 수단을 강구해봐도 결론적으론 임차인의 손해일 때가 많다. 관련 제도가 임차인 입장에선 미흡해서다. 소송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허비된다.”

▶새집에 이사한 후 할 일은.

“이사하는 날 바로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위해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전입신고로 대항력 요건이 갖춰진다.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도 확보한다. 이는 경매 당했을 때 우선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또 다른 안전장치는 어떤 게 있나.

“대표적인 게 전세보증보험이다.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서 가입할 수 있다. 과거엔 집주인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젠 없어졌다. 한도도 늘었다. 다만 청구 후 수령까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만기 후 보증금을 받아 이사를 가야 하는 임차인에겐 다소 빠듯한 시간이다. 최근엔 임차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정 요율의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강제하는 것을 두고 다소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돈이 없다고 버틴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내용증명 발송과 임차권등기명령신청,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 강제경매 순서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변호사 선임비용과 경매비용 등을 떠안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는 셈이다. 내용증명은 단순한 편지일 뿐이지만 일반적으론 법적 조치의 시작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상환을 서두르는 경우도 많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명령이란 세입자가 해당 집에서 전출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관할법원에 신청하면 최초 전입신고일자와 보증금이 등기부에 기록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청 즉시 대항력이 생기는 게 아니란 점이다. 등록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등기 상 임차권이 등록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이사를 떠나야 한다.”

▶다음은 소송과 경매인데.

“소송을 통해 강제경매를 집행하기까지는 6~8개월가량 소요된다. 임차인들에겐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때문에 민사조정신청과 지급명령신청 같은 약식 절차가 존재한다. 이를 통한다면 한두 달 안에 빠르게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맹점이 있다. 약식 절차는 집주인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부동산 관련 제도에 훤한 집주인들이라면 이를 악용해 소송보다 더 오래 끌 수도 있다. 임차인에게 구제 수단으로 주어지는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두 달을 버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여러 모로 임차인들이 불리하다. 그래서 예방을 강조한 것이다.”

▶경매 이외엔 대안이 없나.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정충진 변호사 제공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 판사가 중재하는 경우가 있다. 전세사기 같은 범죄가 아니고서야 법적분쟁은 소송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상호 손해이기 때문이다. 소액 전세인 경우 소송을 진행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국적인 역전세난이 불거지면서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집주인이 돈이 없는데 합의를 볼 수 있나.

“소송으로 가더라도 집주인은 ‘버티기’를 선택한다. 어느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하든 원금만 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환을 유예해 주되 그동안의 이자비용을 받는 형태의 합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예컨대 임대차계약 갱신을 앞두고 전셋값이 5000만원가량 떨어졌는데 집주인이 이를 돌려줄 여력이 없다면 매월 해당 금액만큼의 이자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임차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극단적으로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대출을 돕는 사례도 왕왕 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일 때는 임대인의 은행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는 주소지를 잠시 옮기고, 그동안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임차인이 대항력을 잃을 수 있는 데다 임대인이 대출금을 보증금 상환에 쓴다고 보장할 수 없어 절대 권하지 않는다.”

▶최근 동탄에선 깡통전세 아파트 60여채를 한꺼번에 고의경매로 넘긴 일도 있었다.

▷관련기사 : 동탄 갭 투자자 '고의 경매' 의혹

“안타까운 경우다. 반환소송을 해봐야 어차피 집주인은 재산이 없고 경매에서 깡통 아파트가 보증금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도 없다. 집주인이 사실상 강매를 하고 있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조심스럽지만 일반적인 경매라면 생각을 조금 달리 할 수 있다. 입지적 여건이 뛰어나거나 앞으로의 수급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임차인이 낙찰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손해를 최소화하는 단계를 넘어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의 흐름을 아는 게 전제돼야 한다.”

▶임대인을 압박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나.

“사실상 이 정도가 전부다. 그만큼 제도가 미비한 편이다. 역설적으로는 그래서 더욱 집을 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대출이 부담 될 수 있겠지만 1주택자에겐 손해란 게 없다. 호황일 땐 차익을 거두며 갈아타기를 할 수 있고 불황일 땐 눌러살면 그만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형임대주택이나 저가의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덜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전세보증보험의 경우에도 보험료 청구기간 단축이나 수수료 인하 등 개선이 필요한 점들이 더러 있다. 무엇보다 세입자들도 지금보다 현명해져야 한다. 당장의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부동산 공부를 등한시 했다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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