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걸그룹 역사의 원년은 언제일까. 출판사 안나푸르나가 내놓은 신간 《걸그룹의 조상들》에서 저자는 “저고리시스터가 소속된 조선악극단이 등장한 1935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고리시스터는 한국 걸그룹 역사에서 최초로 공식 이름을 지닌 팀으로, 일제강점기 오케레코드에서 운영한 조선악극단 소속 여가수들로 구성됐다. 5~6인조 규모로 공연활동을 벌인 프로젝트 걸그룹의 성격이 강했다.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한국대중가요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최규성 대표다.

색동저고리에 족두리를 쓰고 무대에 올랐던 저고리시스터 멤버로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연락선은 떠난다’ 장세정 ‘오빠는 풍각쟁이야’의 박향림 등이 참여했다. 당시의 사진과 기사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평양이 낳은 천재가수’로 불렸던 장세정이 소속사 오케레코드의 대표 이철과 일으킨 스캔들, 이난영은 당시 당구를 즐겼던 ‘모던 걸’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
이후 ‘자매’ ‘시스터즈’가 붙은 걸그룹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 걸그룹이 완벽하게 기획된 인기 상품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2000년대까지 등장한 300팀이 넘는 한국 걸그룹의 역사와 시대별로 달라진 대중의 욕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는 “걸그룹이 현재는 과거 어떤 때에도 구현하지 못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보이그룹의 그늘에 가려 최정상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는 현실도 짚어 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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