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가서 알아보겠습네다. 지금은 주문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립네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취 왕징 한인타운 초입에 위치한 평양 옥류관 제1분점. 조선시대 기와지붕으로 꾸며진 음식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쁘게 움직이는 북한 종업원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13일 일요일 오후 1시. 기자가 찾은 옥류관은 점심시간 피크타임을 맞아 한국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앉자마자 메뉴판을 고개 숙여 자세히 읽은 뒤 남북정상회담 인기메뉴인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왕징의 옥류관은 베이징에 있는 북한 음식점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화려한 편이다. 1층은 300석 이상 규모로 아래 칸막이석과 여러명이 함께 앉는 중국식 원탁 테이블석이 있고, 2층은 15개의 단체손님방이 있다.

1층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있고, 홀 안쪽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음향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서 식사외 결혼식과 생일잔치 등 모임을 갖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날 옥류관 1층에는 소수의 중국인 손님을 제외하면 한국인 여행객과 현지 한인 거주민들로 가득 찼다. 원탁 테이블석에 다른 팀과 합석해 앉은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무릎까지 오는 보랏빛 치마 한복을 입은 종업원이 기자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종업원들은 대체로 정통 한복 또는 편의성을 높인 개량된 한복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다. 10cm 높은 하이힐을 신고 분주하게 음식을 서빙했다.

옥류관 메뉴판 맨 앞장에는 평양 옥류관 본점 사진과 함께 '50년의 역사를 가진 국보적인 식당'이라는 설명글이 한글, 영어,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냉면 외에도 갈비찜, 게찜, 김치찌개, 된장찌개, 신선로, 곱창전골, 굽는 고기 메뉴 등 상당히 많은 메뉴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인기메뉴 '평양냉면' 가격은 100g, 200g, 300g 단위로 각각 25위안, 35위안, 45위안(약 4200원~7600원)이다. 음료는 인삼차, 구기자차, 사이다, 콜라, 야자수 등이 10~20위안(약 1700원~3400원)대에, 북한주류 코너에 평양소주가 100~200위안(약 1만7000원~3만3800원), 녹용주가 1380위안(약 23만3200원), 담배류가 20~70위안(약 3400원~1만200원)대에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있었다.

하지만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양냉면과 육개장을 주문하려고 하자 종업원이 "육개장은 안됩니다"고 답했다. 기자는 평양냉면 200g(35위안·약 5900원)과 갈비탕(58위안·약 9800원), 돌판두부구이(38위안·약 6400원), 대동강맥주(38위안·약 6400원) 등 총 169위안(약 2만8600원)어치를 주문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오후 1시에 주문한 평양냉면은 40분 뒤에 나왔다. 손님들이 지루해 할 무렵 일부 종업원들은 목선이 훤히 보이는 화려면 반짝이 무대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북한 말투가 약간 섞인 중국어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약 30분간 종업원 여러명은 북한식 예술공연과, 북한노래, 중국노래 등을 부르고, 오르간을 연주했다. 뜻밖에 무료 공연에 손님들은 들뜬 얼굴로 공연을 지켜봤다.

옥류관 평양냉면은 시원한 놋그릇에 담겨서 나왔다. 냉면 육수와 면색이 남한 냉면과 달리 진했다. 면 위에 무김치, 육면, 삶은 계란, 얇게 썬 오이, 빨간 양념장 등이 올려져 있었다. 면을 입에 물자 진한 메밀 맛이 느껴졌다. 육수 맛은 담백하면서도 식초가 섞인 맛이었다.

갈비탕과 돌판 두부구이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외로 간이 제법 짜게 요리돼 나왔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과 오뎅볶음은 심심했다. 북한 대동강 맥주를 맛본 일행은 "탄산이 적고 보리향이 느껴진다. 중국 칭다오 맥주 맛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북한 식당에 온 만큼 식당 내외부와 메뉴판 사진을 찍는 한국 손님들이 많았다. 일부는 "찍지 마라. 행동 조심해라"라고 서로 말리기도 했다. 그러자 종업원이 "이제는 괜찮다"며 "메뉴판 빼고 음식과 식당 내부 찍어도 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화제가 된 만큼 옥류관 방문 기념품으로 담배 등을 구매하는 손님들도 보였다. 종업원 대부분이 중국어에 능숙했다. 옥류관을 찾은 한 한국 손님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옥류관에 관심을 갖고 찾는 한국인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작년만 해도 방문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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