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정상회담 때와 분위기·經協 구상 판박이
국가 재정악화 가능성, 北 경제현실 감안해
국제사회와 발맞춰 지속가능한 사업 준비를

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

4·27 판문점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정부와 언론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한 철도연결 그리고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남북 경제협력이 바로 시작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남북 경협은 북·미 회담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른 ‘완전하고 전면적인 비핵화’ 검증의 진전에 발맞춰야지, 앞서갈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북 경협을 추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열악한 북한 경제 현실을 반영한 협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통계청은 2017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146만원으로 추계했다. 북한에 무엇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걸음마 단계라는 얘기다. 따라서 구매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교통 및 물류 인프라와 전력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인프라 재건이 우선돼야 어떤 협력 사업이든 실행 가능하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과거 개방을 돌아보더라도 제대로 된 첨단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개방 후 20~30년이 걸렸다.

둘째, 북한 인프라 건설비용 지출에 따른 국가 재정 악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결국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철도·도로 복구비용을 청구서로 내밀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인프라 개발에 773억달러, 도로에 374억달러 등 총 15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정부가 마련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경의선 등 핵심 7개 노선을 최대 시속 100㎞로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선로 개선·신설에 37조8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가 당면한 고령화 문제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도 버거운 상황인데 북한 인프라 건설은 추가 지출이다.

셋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넘겨준 ‘신경제구상’ USB 자료에만 근거해 경협을 준비하고 구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남한과 국제사회로부터 얻으려는 경제 원조의 구체적인 내용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현대그룹은 자동차 사업 투자까지 구상했지만 정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한 것은 삼성의 정보기술(IT) 관련 분야 투자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럼에도 정부 일부 부처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경협 추진을 남한의 경제지도를 새로 작성해야 할 정도의 사건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 후보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평화 관광지구 조성이나 대북 관련 원대한 경협 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한 정당 예비후보는 북한 황폐지 복구 사업 참여, 북방 물류기지 유치, 남북 공동어로수역 협약 추진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가깝게는 유엔 결의 위반이고 아직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검증이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지나치게 앞서가는 포퓰리즘적인 선거 공약이다.

한편 일부 언론이 북한 천연자원의 방대함을 강조하지만 알고 보면 비현실적이다. 북한에 많은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채굴·운송·항만 인프라를 고려할 때 원활하고 안정된 공급이 가능하지 않고 국제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지도 않아 경제적이지 않다. 그 때문에 인접한 중국의 대북 천연자원 채굴 투자는 성공적이지 않다. 자원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북한도 탐탁해하지 않는 분야다.

지금처럼 청와대가 김정은만 바라보고 있고, 경제부처 장관들은 남북 경협 아이템 찾기에 분주해 남북 관계에서 이성을 찾고 신중하자는 의견은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번 2018년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는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와 판박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김정은 신드롬’은 2000년 ‘김정일 신드롬’과 매우 비슷하고,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에 전쟁이 없어질 것이라는 언론의 평화 프레임도 비슷하다. 남북 경협 구상도 거의 같다.

이 때문에 과거 남북 경협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실성 있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들떠 ‘신중함’을 잃었다면 국민이라도 이성을 찾아 무리한 경협 추진을 막아내야 한다. 서두르면 망치는 법이다.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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