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돌파하는 과학기술

늘어나는 '시티즌 사이언스'

케플러우주망원경 사진 수억장
일반에 공개… 천문 데이터 분석
시민들이 참여한 빅데이터 활용
기후변화·환경오염 추적도 쉬워져

멕시코 어린이들이 ‘글로벌 왕나비 보호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작성한 관찰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엔 세계적으로 6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저니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그동안 과학자들이 찾지 못한 지구형 행성을 일반인이 5개나 찾았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일반인이 참여한 시민과학플랫폼인 주니버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용하는 케플러우주망원경 사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이런 성과를 냈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이 별 표면을 지나가면 빛이 달라지는 점을 포착하기 위해 3개월에 1억 장씩 사진을 찍는다. 우주에서 동일한 지점의 사진 수백 장을 보고 행성이 별 주변을 돌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니버스가 진행하는 외계행성 탐색 프로젝트는 방대한 천문 데이터와 분석 프로그램을 공개해 일반인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NASA는 시민 과학자들이 이틀 동안 낸 결과물이 3년간 연구자들이 낸 업적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평범한 시민이 과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학자들의 분석을 돕는 것은 물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까지 알아내고 있다. 올 3월 평범한 일반인 2명이 참여한 연구진이 극지방 주변 고위도 지역에서만 관측되던 신비한 오로라를 저위도 지역 밤하늘에서 관측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일반인이 온라인에 올린 저위도 지역의 사진과 과학자들이 인공위성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체가 규명된 이 오로라에는 시민들이 붙인 ‘스티브’라는 정식 명칭이 생겼다.

시민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를 돕고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과학자들은 연구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별이나 우주 신호를 찾는 천문학 분야는 물론 기후변화 및 대기오염 물질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첨단 과학에 이르는 영역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연구는 집집마다 PC가 보급되고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가능해졌다. 영국왕립지리학회는 세계 일반인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확산 범위를 추정하는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1%만 추적이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이 참여하는 민간과학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천랩은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각종 질병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지난달 시작했다. 한국인 특유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질병의 예방과 진단은 물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시민 과학자의 참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지구상에 1000만~1500만 종에 이르는 모든 진핵 생물종의 게놈을 분석하는 지구바이오게놈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약 10년간 47억달러가 투입될 이 프로젝트는 고세균과 세균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를 포함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 지도를 그린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비견된다. 과학계는 아직까지 과학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한 80~90%가량의 생물을 발굴하는 이 프로젝트에 시민 과학자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우드로윌슨국제센터는 2020년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념해 ‘지구의 도전 2020’이란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공기질과 수질, 오염과 보건 분야를 포함해 10억 개 데이터를 수집해 각국에 새로운 환경 정책과 연구를 뒷받침할 자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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