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챔피언십 정상… 데뷔 3년만에 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

연장 두 번째 홀 '천금의 버디'
첫승 노린 김소이와 승부 쐐기

1·2부 투어 오가며 '절치부심'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일궈

인주연이 13일 경기 용인의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키 172㎝에 270야드를 쉽게 치는 장타, 잘 다듬어진 아이언 샷까지. 인주연(21·동부건설)은 완벽한 하드웨어를 갖춰 그동안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선수란 평가를 받았다.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5년 처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올라온 그는 곧바로 시드를 잃었다. 2016년을 2부투어(드림투어)에서 보내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돌아온 지난해 정규투어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25개 대회 중 11차례나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상금랭킹 71위에 그치며 다시 한번 풀 시드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를 기적처럼 일으켜 세운 게 시간을 쪼개가며 뛰었던 2부투어였다. 2부 상금랭킹 우수자(2위·1억795만원) 기준이 적용돼 올 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천신만고 끝에 거머쥔 것이다.

그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규투어를 뛰고 주중에는 쉬지 못하고 드림투어를 뛰었다”고 말했다. 간절함이 없었다면 소화하지 못할 강행군이었다. 그 간절함이 통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로 생애 첫 승

인주연이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3일 경기 용인의 수원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에서다. 인주연은 이날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동타를 친 김소이(24·PNS골프단)와 연장전에 들어가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선두를 이어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기록도 함께 썼다.

인주연은 “예상보다 빨리 첫 승을 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것 같아 기쁘다”며 눈물을 쏟았다. 또 “우승 기쁨보다 앞으로 2년 동안 시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며 “남은 시즌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힘 빼니 거리 늘고 우승 찾아와”
육상선수 출신인 인주연은 아마추어 시절 300야드까지 공을 날렸다. 힘으로 공을 때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만난 박진영 코치는 그에게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거짓말처럼 거리가 더 늘었고, 우승까지 찾아왔다. 인주연은 “하체를 고정하고 팔을 휘두르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스윙하고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이어 “코치님의 조언을 야디지 북에 적어놓고 늘 되새긴다”고 덧붙였다.

인주연의 장타는 강한 하체 힘에서 나온다. 하체로 몸을 단단히 고정하는 덕분에 회전축이 생기고 빠른 스윙 스피드가 생긴다. 그는 “평소 자전거를 즐겨탄다”며 “스쿼트 등 하체 운동도 1주일에 2일 이상 빠지지 않고 한다”고 전했다.

◆우승 확정한 연장전 3m 오르막 퍼트

출발은 불안했다. 그는 초반 세 홀에서 보기 두 개로 두 타를 잃었다. 이후 버디 2개로 만회했지만 9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가 터져 나오면서 선두경쟁에서 뒤처지는 듯했다. 3m짜리 파 퍼트를 놓친 뒤 보기 퍼트까지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분위기를 바꾼 게 11번홀(파5) 버디였다. 이후 파행진을 벌인 그는 17번홀(파5)에선 까다로운 5m짜리 훅 브레이크 버디 퍼트를 꽂아 넣어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홀에 걸려 있던 공이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홀 속으로 떨어지며 그를 단독 선두로 밀어올렸다. 역시 생애 첫 승을 노렸던 김소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9언더파 동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리의 여신이 인주연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내리막 버디 퍼트에 실패한 김소이와 달리 3m 거리의 오르막 퍼트를 홀 안으로 정확히 밀어넣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첫 승에 도전했던 김소이는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간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도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슈퍼루키’ 최혜진(19·롯데)에게 발목이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열린 최종일 라운드에는 2만 명에 가까운 갤러리가 운집해 골프 시즌으로 한껏 달아오른 여자프로골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대회 주최사인 NH투자증권은 ‘왼손샷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해 갤러리들을 끌어모았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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