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인구 1000만 시대… 전통경기 소싸움·애견센터도 '학대' 논란

애견 숍·호텔 운영자들, 무조건 학대범 몰려 '난감'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로 접어들며 ‘동물권’이 주목받고 있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뿐 아니라 학대를 방조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판례가 나왔다. 지난달 24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종업원에게 올가미를 주며 도망치는 개를 잡도록 한 영양탕집 운영자 B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방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동물학대를 방조한 것으로 실형을 받은 첫 사례다.

예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던 소싸움·애견카페 역시 동물학대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정읍시는 지난 10일 축산테마파크 내 소싸움장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지역 내 시민단체에서 지역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동물학대 논란만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통경기인 소싸움은 법적으로 동물학대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살아 있는 소끼리 싸움을 붙여 서로 다치게 하고 이를 도박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학대라며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등에서도 소싸움인 ‘투우’를 동물학대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동물학대에 예민해지면서 ‘일상 속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다양하다. 마트에 설치된 ‘애견보관함’이나 개 고양이 토끼 등을 풀어놓고 낯선 이들과 어울리게 하는 동물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한 애견숍 운영자는 “일부 학대사건을 이유로 동물카페, 숍, 호텔 등을 운영하는 이들을 무조건 학대범으로 몰기도 한다”며 난감해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반영해 동물보호과를 신설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동물보호팀·도우미견나눔팀·야생동물구조팀 등으로 이뤄진 동물보호과를 출범시켰다. 2012년 동물보호과가 신설된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반려동물과 가축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관련 민원이 늘고 있어 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 행위가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충격적인 학대 영상이 광범위하게 유통된 영향이 크다. 지난 3월 대구 북구의 한 애견병원에서도 애견미용사가 몰티즈의 얼굴을 여러 차례 내려치는 영상이 SNS로 퍼졌다. 영상을 본 뒤 청와대 국민청원에 처벌을 요청한 대학생 최모씨(24)는 “동물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영상을 직접 보고 나니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발표한 개헌안에는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24억원이던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관련 예산도 올해 7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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