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후폭풍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
업계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수억원 차익 '로또 분양'만 늘어
오히려 청약시장 과열 부추겨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HUG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새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한경DB

서울 강북지역,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새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편입된 곳에서 아파트 분양일정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말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확대 지정한 이후 ‘보증 승인’을 무기 삼아 분양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소수 당첨자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로또 분양’만 늘고 있다”며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청약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신규 지정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분당구 정자동 옛 가스공사 부지에 이달 분양할 예정이었던 ‘분당 더샵파크리버’는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 27일 사업시행변경까지 신청하면서 분양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구 수성구에서 이달 중순 분양할 예정인 ‘힐스테이트 범어’도 아직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받지 못했다.

전 지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인 서울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8구역을 재건축하는 ‘신길 파크자이’는 당초 이달 18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연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HUG가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조합 관계자는 “HUG가 지난해 분양한 ‘신길 센트럴자이’와 ‘신길 힐스테이트’ 평균 분양가보다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어 분양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자이’는 당초 지난 11일 예정이었던 모델하우스 공개 일정을 미뤘다. HUG의 분양보증을 아직 받지 못한 데다 특별공급 물량 변경 업무 등을 감안해서다.
시공사들은 HUG의 분양승인 거절로 청약일정이 무기한 연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역대 최고 분양가’ 논란으로 HUG의 분양보증이 거절된 ‘나인원한남’의 전례가 있어서다. 한 건설사 분양소장은 “HUG가 분양가를 얼마로 낮추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분양가 논란을 만들지 말라’는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며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받으려면 이런 분위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HUG, 고분양가 관리 강화

건설사들은 이달 들어 HUG가 고분양가 감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HUG는 지난달 23일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 기준’을 변경해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우려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서울 21개 구도 관리지역에 편입했다. 그동안은 강남4구만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가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되면 미입주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선제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민간 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단지에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관리지역 내 고분양가 사업장은 HUG 영업지사에서 곧바로 보증 거절을 결정할 수 있다. HUG는 또 지난 3월 말부턴 ‘꼼수 분양가 인하’도 막기로 했다. HUG가 단순 평균 분양가를 기준으로 분양가 심사를 한다는 점을 악용해 분양가구 수가 적은 일부 주택형의 분양가를 현저히 낮게 책정하는 식으로 전체 평균가를 낮추는 사례가 나오자 가구 수를 고려한 가중평가를 도입한 것이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청약시장이 더 과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부동산 가격은 분양가를 통제한다고 잡히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디지털경제 시대에 사람과 기업, 거버넌스가 즐겁게 어우러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