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2000년대生 기사 중
가장 먼저 '바둑 9단' 올라

플라스틱 안경테, 체크무늬 셔츠 차림의 신진서 9단(사진). 겉모습만 봐선 또래 학생과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바둑판 앞에선 위압감이 다르다. 두텁게 두면서 공격적인 그의 기풍은 선배 기사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정환 9단에 이어 국내 랭킹 2위(13일 기준)에 올라 있는 그는 한국 바둑의 현재이자 미래다.

신 9단은 이달 초 ‘18세 22일’ 만에 한국과 중국, 일본을 통틀어 2000년대생 기사 중 가장 먼저 ‘입신(入神)’에 등극했다. 한국 기사로는 박 9단(17세 11개월 1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9단에 올랐다. 입신은 바둑계에서 9단을 일컫는 별칭으로 바둑이 신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최근 국민은행 바둑리그 1차 선수선발식이 열린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 9단은 “물론 기분은 좋지만, 특별히 기쁘거나 하는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살 때 바둑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바둑돌을 처음 잡았다. 7살 때 아마 5단인 아버지를 꺾었고, 2012년 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2015년 렛츠런파크를 통해 종합기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강 신예’임을 증명했다.
정관장황진단팀은 올 시즌 바둑리그에서 이런 신 9단을 3년 연속 1지명 ‘보호선수’로 뽑았다. 그는 “예전에는 1지명에 언급되면 부담감이 컸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졌다”며 “바둑판 앞에선 혼자고 그래서 편하게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 9단은 “지난해 초 중국에 있을 때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경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대국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국에서 솔직히 위압감을 느꼈어요. 알파고는 딱 이기는 만큼만 뒀고 그 점이 무서웠죠. 그에 비하면 중국 바둑계 1인자 커제는 상대하기 편하죠.”

신 9단은 커제와 지금껏 다섯 번 만나 두 번 이기고 세 번 졌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꾸준한 경기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천천히 실력을 쌓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전승이라고 목표를 밝혔는데 이젠 꾸준히 하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습니다. 국내 랭킹 1위는 정환이 형이 너무 강해서 당장은 힘들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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