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최근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은 근로자가 회사에 임신, 자녀·부모 돌봄, 학업, 은퇴 준비 등을 이유로 주당 근무시간을 15~30시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은 회사 측이 ‘임신’ 사유를 제외하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인력 부재’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사유에 거부권을 없애겠다는 게 법률 개정안의 핵심이다.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은 근로자의 복리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이 적지 않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정부 때 제도 확대를 검토하기도 했다.
문제는 적절한 시점과 환경 조성이다. 기업들은 7월부터 시작되는 단계적인 근로시간 감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 때문에 ‘일손 구하기’ 비상이 걸렸다.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은 주문량이 폭주할 때는 생산 라인을 전부 가동해야 납기를 겨우 맞출 수 있는데,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 탓에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어졌다. 보완책 없이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시행을 강행한다면 기업의 일손 부족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등이 ‘노동자 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돈을 더 벌어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에겐 더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정책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기업의 일손 부족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노사가 합의하고 근로자가 원하면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생계가 어려워지니 일을 더 하게 해달라”는 근로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저녁거리를 걱정하는 삶’이나 ‘투잡(two-job)과 아르바이트가 있는 삶’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정책’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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