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한국인의 여가 시간은 미국 유럽에 비해 짧은 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여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거란 뜻이죠. 야놀자가 바라보는 미래도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야놀자는 음지에 머무르던 모텔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며 신시장을 개척했다. 어느새 사명 앞에는 '글로벌 REST 플랫폼 기업'이라는 낯선 카테고리를 붙였다. '모텔 예약 어플'이라는 이름표를 이제 떼고 싶은 것일까. 흔히 '잘나가는' 스타트업처럼 폼 나는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한경닷컴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0일 야놀자의 사업을 총괄하는 김종윤 부대표를 만나 'REST 플랫폼'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유를 들어봤다.

◆인생은 길고, 여가시간도 길다…"뭐 하고 놀지?"

현대인에게 여가 시간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은 부연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앞장서 '주 40시간 근무'를 외치고 있으며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은 회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됐다. 그렇다면 예전에 일을 했던 그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

"주 5일제, 40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근무 시간이 줄면서 잘 쉬는 것과 잘 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여가 시간에 비해 여가의 질은 아직 낮은 편이죠."

그렇다. 흔히들 우리나라에는 밥먹고 영화보고 커피 마시는 것 외엔 놀거리가 없다고 한다. 이를 반영한 CF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김 부대표는 한국의 레저 시장에 큰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놀거리가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놀거리는 많은데 접근성이 낮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죠. 제대로 된 예약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 알리지 못해서 모르는 놀거리가 많습니다. 요가, 래프팅,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요트나 수상스키까지, 국내 여행에서도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이를 위해 지자체와 협업해 그 지역의 관광지·레저 상품을 묶은 투어 패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IT기업…"시스템 구축이 우리의 일"

전국이 일일 생활권인 우리나라에서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몇몇 대형 업체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예약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야놀자는 모텔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시스템'을 레저 시장에도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단순히 업체의 상품을 받아 판매를 대행하는 곳은 많습니다. 하지만 각자 다른 플랫폼에 얹혀 있어 가격 비교나 평가가 쉽지 않죠. 예약 처리도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직접 업체에 전화를 해야 예약을 할 수 있거나 계좌이체 등 현금 거래로만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죠. 이런 불편을 야놀자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김 부대표의 말처럼, 야놀자는 이미 체계화된 시스템 도입이 한 시장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 보여줬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모텔을 미리 예약해서 간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불륜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하지만 야놀자는 체계화된 예약과 리뷰 시스템, '마음 편히 놀고 쉬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모텔의 이미지를 바꿔놨다. 야놀자가 단순한 예약 중개 서비스 업체가 아닌 이유다.

"저희는 IT 스타트업입니다. 예약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플랫폼'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야놀자는 지난해에만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280여명을 충원했다. 올해에도 300명 이상을 더 뽑는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구축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국내를 넘어 동남아로"

야놀자가 'REST 플랫폼' 앞에 붙인 또 하나의 단어는 '글로벌'이다. 올해는 야놀자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발을 딛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씨트립·라쿠텐과 MOU를 맺은 데 이어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내 방 침대에서 5시간 반 거리의 태국 방콕에 있는 호텔을 가격과 서비스까지 비교해 가며 예약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미 호텔스닷컴이나 익스피디아 등 거대 공룡들이 장악한 레드 오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국내든 외국이든 주요 도시의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는 이미 잘 구축돼 있습니다. 한국도 서울이나 제주 등 관광객이 많은 곳은 불편할 게 없죠. 하지만 전체 규모로 보면 5% 남짓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곳은 나머지 95%죠.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로컬 서비스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 부대표는 야놀자가 추구하는 '글로벌'이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한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규모만 키우는 서비스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곧 M&A 등 구체적인 소식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여가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할 겁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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