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주 피키캐스트 마케팅셀장 인터뷰
피키캐스트, 애완용 돌멩이 분양 이벤트 기획
애완 돌멩이 분양 신청자만 4만명 '훌쩍'
인기 없을 거란 예측 깨고 흥행 성공
곽 셀장 "재밌는 행사로 현대인들 웃음주고파"

곽승주 피키캐스트 마케팅셀장/사진=피키캐스트

"예상을 했다면, 82개만 준비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곽승주 피키캐스트 마케팅셀(Cell)장(여·27)은 무려 4만명의 신청자를 모은 '애완돌' 기획 프로젝트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겸손하게 전했다.

곽 셀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애완용 돌멩이를 분양하는 기획 프로젝트를 이끈 주인공이다. 애완돌은 쉽게 말해 애완용 돌멩이다.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기르는' 돌멩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재미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돌멩이를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게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차례 유행한 바 있다. 1975년 미국 게리 로스 달은 '펫락'(Pet Rock)을 4만달러에 판매했다. 6개월간 판 펫락의 총 판매량은 150만개였다.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왔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애완돌 분양 기획은 마케팅팀 막내의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너무 바쁘다 못해 무기력한 현대인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놀이가 유행 중이라는 막내의 통찰력이 발단이 됐다.

"출발은 피키캐스트 이용자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였어요. 그런데 막내가 '무기력한 사람들이 많다'는 인사이트를 던졌어요. 생각 과부하에 걸려서 아무것도 안하는 놀이가 유행중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디어를 행사로 기획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곽 셀장은 '무기력 콘텐츠'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유행임을 확인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었어요. 거기에 착안했습니다. 예를 들면 종이를 카메라로 찍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힐링된다'며 반응이 올라오는 식이예요. 이런 젊은 세대의 재밌는 문화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이런 문화를 어떻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다가, '돌을 줘볼까?'란 의견이 나왔죠. 사실 이게 인기가 많을지는 여전히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펫스톤이 해외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을 알게돼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겠다'는 확신을 이후 얻게됐어요."

피키캐스트가 분양한 애완용 돌멩이 세트/사진=피키캐스트

피로한 사람들에게 즐거운 위로를 주기 위해 가볍게 시작된 애완용 돌멩이 분양 프로젝트는 4만명의 신청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준비된 돌멩이는 단 82개뿐. 48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애완용 돌멩이를 얻을 수 있는 웃지 못할, '진지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곽 셀장은 1000명만 신청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흔한 돌멩이를 분양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서 아이디어를 접을 뻔했다고도 했다.

"아이디어가 사라질뻔 했습니다. '길에 널려있는 너무 흔한 돌멩이를 좋아할만한 사람이 있을까'란 생각 때문에 다른 아이템을 기획할까 했어요. 그런데 이벤트 이후 '돌멩이를 팔아주세요', '제발 갖고 싶다'는 문의가 회사로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간절한 사연도 많아요."

운좋게(?) 분양에 당첨돼 돌멩이를 받은 신청자들은 각자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돌멩이를 팔아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에 판매 계획이 있냐고 물었지만, 곽 셀장은 웃으며 '판단이 잘 안된다'고 했다. 일부는 마케팅팀으로 메일을 보내 자신의 무기력을 하소연을 한 신청자도 있었다고 말하며 곽 셀장은 웃음지었다.

"신청자 분들 중에는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나의 무기력함을 피키캐스트가 아냐'면서. 사연을 구구절절 쓰신 분들도 있었는데, 당첨돼서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후 분양받은 돌멩이에게 애기 모자를 씌워주기도 하고, 물도 주는 2차 콘텐츠들도 많이 생겼어요."

피키캐스트의 '애완돌' 분양 이벤트에 당첨된 유저들이 올린 인증샷이다. 각자 분양받은 애완돌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지를 사진에 담았다. /사진=피키캐스트

곽 셀장은 이번 돌멩이 분양 기획 성공 비결을 전체 회사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막내의 아이디어가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할뻔했고 돌멩이를 예쁘게 꾸며준 디자인팀의 역할도 컸다.

디자인팀의 노력덕분에 돌멩이가 변신을 하게된 셈이다. 그도 그럴것이, 돌멩이 분양 세트는 돌멩이와, 양육법이 적힌 설명지, 돌멩이를 닦는 수건, 돌멩이가 아플 때 먹어야 하는 내복약 등이 담겨져 있다. 내복약은 사실 피키캐스트에서 특별 디자인한 사탕이다.

"회사 전체가 협업을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흔한 돌멩이어서 고민을 많이하는 와중에 디자인팀이 '돌멩이를 갖고 싶도록 만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해줬어요. 최대한 예쁜돌을 찾기위해 고생이 많았습니다. 전국을 다 뒤져 대전에 있는 조경회사를 찾아냈고, 최대한 귀엽고 작은 돌을 수소문해서 찾았죠."

곽 셀장은 앞으로도 사람들의 아픔을 웃음으로 치유하고 공감하기 위한 행사 기획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피키캐스트는 항상 만우절에 이러한 취지의 행사를 기획한다. 피키캐스트 정체성인 '세상을 즐겁게'처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만우절날에는 '만우젖'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만우절의 오타 만우젖에서 착안해, 직접 소젖을 짜러가는 라이브 동영상 콘텐츠에 만명의 이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만개의 우유를 기부하는 기획이었다.

"만우절날 이런 기획을 하는 이유는 피키캐스트의 브랜드 정체성과 맞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가 추구하는 즐거움은 혁명적인 것 보다는 일상의 친구처럼 옆에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예요. 그렇다보니 공감에 기반해서 어떤 즐거움과 장난을 칠 수 있을까를 매번 고민합니다."

곽 셀장은 앞으로도 세상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피키캐스트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도 자신있게 말했다. 공감을 연구하는 조직인 피키캐스트 내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피키캐스트의 정체성은 '세상을 즐겁게'인데, 즐거움은 철저히 공감에서 나옵니다. 공감을 연구하는 곳이고, 그래서 공감주의 앱으로도 불려요. 남을 이해해야 하기에 공감이 사실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키캐스트가 끊임없이 공감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돌멩이를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것. 어찌보면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4만명이라는 공감을 이끌어내며 잔잔한 파급력을 일으킨 곽 셀장과 피키캐스트.

소소한 즐거움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그들의 바람처럼, 바쁘고 우울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활력소를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당장 내년의 만우절에는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해본다.

피키캐스트 마케팅셀 단체 사진/사진=피키캐스트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통신·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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