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 힘들자 무상기간 늘어나
"임차인 우위 시장…입점 신중해야"

지난 3월 렌트프리 조건으로 임차인을 모집한 서울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 단지 내 상가. 민경진 기자

“1200여 가구를 배후 수요로 둔 단지내상가 임대료가 1년간 ‘공짜’입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 단지 내 상가 분양사인 S건설은 파격적인 임대 조건을 내걸었다. 수개월째 공실로 방치되던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하는 임차인에게 2년 계약 기간 중 1년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일정 기간 무료로 상가나 오피스를 빌려주는 이른바 ‘렌트프리(무상임대)’ 방식이다.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은 계약서에 써진 임대료를 나머지 계약 기간만 내면 된다. 아크로타워스퀘어 단지 내 P공인 관계자는 “3월께 지하철 등에 렌트프리 광고가 나가고 나서 한 달 만에 20~30개 점포가 임차계약을 맺었다”며 “임차인이 맞춰진 후 그동안 미분양됐던 물건들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올 들어 렌트프리 조건을 내세운 상가 임대 광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상가 분양대행사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반까지 렌트프리를 제시하며 임차인 모시기에 나섰다.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가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지난 1월부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1월부터 임대료 수준을 내리지 않으면서 일정 기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렌트프리 임대분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렌트프리가 있는 곳은 이미 임차인 우위 시장인 경우가 많으므로 입점과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렌트프리 1년 6개월까지 늘어

요즘 장기 미분양 상가들은 임차인을 먼저 들인 뒤 분양에 나서는 추세다. 이를 ‘선임대후분양’이라고 부른다. 임차인이 없으면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지 확신할 수 없어 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린다. 반대로 임차인이 있으면 수익률이 계산이 가능해 매입에 나선다. 상가 공급업체 입장에선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임차인을 먼저 맞추는 이유다. 요즘은 보통 연 5% 전후로 수익률이 나도록 임차인을 맞춰 매각한다. 같은 상가 내에서도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은 연 4.5%, 나쁜 곳은 연 5.5%까지 수익률을 맞춘다.

렌트프리 조건을 내건 상가가 분양되면 무상임대 기간 중 임대료를 공급업체가 대신 부담한다. 매입자는 적어도 렌트프리로 들어온 임차인의 계약 기간 동안은 공실위험을 덜 수 있다.

◆임차인은 인테리어비 날릴 위험에 노출

렌트프리 상가의 임대차 기간은 통상 5년 전후다. 렌트프리 기간이 1년이라면 임차인은 1년은 공짜로 사용하고, 나머지 4년은 임차료를 낸다. 임차인도 렌트프리 조건을 내건 상가에 입점 시 상권분석과 주변 임대료 분석을 꼼꼼히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무상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상권 형성이 더디면 ‘임대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렌트프리 기간 이후 낼 임대료가 주변 상권 평균 임대료보다 턱없이 비싸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임차인 입장에선 되도록이면 장기계약보다 단기 계약으로 들어가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렌트프리 기간이 끝나자 마자 장사를 그만둔다 해도 피해는 있다. 인테리어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는 까닭이다. 철거비용까지도 부담해야 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빈 점포에 렌트프리로 입점한 뒤 일정 기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이렇다 할 상권을 이루지 못하면 인테리어 비용을 비롯한 권리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렌트프리 기간 이후 수익보장 못받아

선임대후분양 상가를 분양받은 매수인(수분양자)은 임차인보다 더 큰 위험에 크게 노출된다. 무엇보다 무상임대 기간이 끝난뒤 임차인이 “장사가 안된다”며 나가버리는 게 가장 큰 위험이다.

2017년 초 입주한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내 I빌딩은 분양 초기 일부 상가 점포의 임차인을 미리 구하고 수분양자를 모집했다. 공실위험이 큰 신도시 상가에서 임차인을 미리 구해주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2년 임대 계약 종료 기간이 내년으로 다가오자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한 임차인들이 건물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송파구 장지동 G공인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에서도 유동 인구가 적은 트랜짓몰 북쪽에 있어 상권 형성이 미약한 곳”며 “임차인을 잡기 위해 월세를 확 내리거나 발로 뛰며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사례가 많은 탓에 전문가들은 렌트프리 조건이 붙은 상가를 매입하는 것을 적극 권하지 않는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렌트프리 조건이 붙었다는 건 그만큼 상가 입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분양회사가 제시한 임대료가 주변시세와 비교해 적정한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선임대가 파기되면 분양계약도 파기한다는 단서 조항 같은 게 필요하다”며 “시설 투자 비용이 큰 업종이 입점한 점포를 분양받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가공급업체들이 가짜 임차인을 들인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임차인이 들어온 위장했다가 상가가 팔리면 슬그머니 임차인을 빼는 것이다.한 상가 전문가는 “몇 해 전 강남역 인근 P빌딩 분양 당시 영업사원들의 허위입점 광고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여러 명 나왔다”며 “점포 하나를 팔면 2000만~3000만원을 수수료로 받는 까닭에 영업사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