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화 통한 문제해결 의지 높이 평가"…트럼프에 공 돌리기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 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듣고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했다"고 10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첫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며 대미 핵위협을 고조시키고 앞서 작년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등으로 비난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번 두번째 만남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로 나가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고 있는 첨예한 반도지역 정세에 대한 평가와 견해, 조미수뇌회담과 관련한 양국 최고지도부의 입장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대화내용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해 미국측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될 정도의 만족할 만한 답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은 CVID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뿐 아니라 핵폐기의 로드맵까지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두 차례 면담과 오찬 이후 밝힌 내용을 보면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의 성공에 행복해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부푼 기대를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부위원장에게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며, 북한 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김영철 부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우리 두 나라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해 일하는데 있어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부활절(3.31∼4.1) 주말에 이어 이번 두 번째 회동에서 CVID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요구와 완벽한 체제 보장을 받으려는 북한의 바람이 훨씬 진전된 수준에서 진정성 있게 논의되고 이행 의지도 확인되지 않고서는 이런 언급들이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번째 회동을 계기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와 회동에서 "다가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전 주민을 상대로 공개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동 소식을 1면 전면에 할애해 상세히 실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남측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된 이후 북측은 한 번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전원회의를 통해 북미간 대화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회동을 기회로 북미정상회담을 주민들에게도 공개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와 더불어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동안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을 개발해왔다는 논리를 펴온 상황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주민들에게 알린다면 북미관계 개선으로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나아가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줘 핵포기를 설득할 구실을 마련하는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주민들에게 처음 공식화한 것"이라며 "핵경제병진노선의 종료 선언에 이은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이 결코 헛된 구호가 아니며 앞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