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블라인더 - 前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두 번 더 올릴지, 세 번 더 올릴지에 대해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Fed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에겐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통화정책의 기반이 되는 경제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이 숫자로 치면 어느 정도가 될지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기본적인 질문 세 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현 경제 상태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하는 쪽이어야 할까, 아니면 긴축적이어야 할까. 둘째, 현재의 통화정책은 경기부양과 긴축 중 어느 쪽인가. 셋째, Fed가 통화정책을 바꾼다면 물가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중앙은행은 곤경에 처한다. 불행히도 지금 Fed가 그런 상황이다.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보자.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예상실업률과 자연실업률(물가 급등을 야기하지 않는 실업률)을 비교해 경기 부양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한다.

실업률이 너무 높으면 물가가 떨어지고 실업률이 너무 낮으면 물가가 오른다. 자연실업률은 ‘너무 높은 실업률’과 ‘너무 낮은 실업률’을 가르는 기준이다.

문제는 현재 자연실업률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FOMC는 자연실업률이 4.5%이며 지금 4.1%인 미국의 실업률은 자연실업률보다 낮다고 가정하며 행동하고 있다(이 글이 게재된 뒤 발표된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9%로, 2000년 12월 이후 약 18년 만에 4%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가정이 맞을 순 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FOMC는 자연실업률이 4.7%라고 생각했고, 3년 전에는 5.1%라고 봤다. 자연실업률 추정치는 계속 떨어졌다. 이는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계속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에 근거한 추측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실업률이 6개월간 4.1%에 머물렀고 물가는 매우 서서히 오르고 있다. 이는 자연실업률이 4~4.5%로, Fed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약간 낮다는 걸 시사한다. 하지만 Fed가 (자연실업률) 추정치를 계속 낮춰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 현재 연 1.50~1.75%인 Fed의 기준금리가 경기를 부양하는 쪽일까, 경기를 옥죄는 쪽일까. 경제학자들은 과거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질기준금리(기준금리-물가상승률)와 흔히 월가에서 r*(r-스타)라고 부르는 실질중립금리(경기를 확장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금리)를 비교했다. 실질기준금리가 r*보다 높으면 시중통화는 ‘긴축’ 상태다. Fed가 수요를 억누르고 있으며 (그 결과) 물가는 떨어져야 한다. 반대로 실질기준금리가 r*보다 낮으면 시중통화는 ‘완화’ 상태다. Fed는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고 (그 결과) 물가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그런 경계선은 어디쯤 있을까. 이건 복잡한 질문이다. 실질중립금리는 Fed가 제어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요인 중 한 가지만 변해도 실질중립금리가 달라진다.
재정정책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초당적 재정지출로 상당히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아마 실질중립금리를 Fed가 지난해 가을 반공식적으로 추정한 수치(0.4%) 이상으로 밀어 올렸을 것이다.

지금은 얼마쯤일까. 기준금리는 현재 연 1.7%가량(연 1.50~1.75%)인 반면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까운 데다 (점차) 오르고 있다. 이는 실질기준금리가 약간 마이너스(-), 즉 비록 큰 차이는 아니지만 실질중립금리보다 낮다는 의미다. 결국 Fed의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경기부양적이며 기준금리를 살짝 밀어 올려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이 올려야 할지, 올린다면 언제 올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 번째 질문은 실업률이 떨어질 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Fed가 어떻게 예상하느냐다. 오랜 시간 검증된 답은 ‘물가가 오른다’는 거다. 이 이론은 필립스 곡선(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반비례)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역의 상관관계는 요즘 데이터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1990년대 필자가 Fed 부의장으로 근무할 때 우리(Fed)는 필립스곡선이 합리적이라고 믿었다. 실업률이 1년에 1%포인트 높아지면 물가상승률은 0.5%포인트 정도 떨어진다고 봤다. 당시엔 그런 어림값이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2000년 이후 실업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거의 제로(0)다. 실업률이 오르든 떨어지든 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Fed는 필립스곡선이 사망선고를 받은 건지, 아니면 단지 긴 휴가를 떠난 건지 알아야 한다.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제이 파월(제롬 파월 Fed 의장의 닉네임)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파월은 아마도 자연실업률, 중립금리, 필립스곡선의 모양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램프의 요정은 없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보자. 세 가지 거대한 불확실성과 비교할 때 2018년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두 번이냐, 세 번 이상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원제=Is the Phillips Curve Dead? And Other Questions for the Fed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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