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0년 기다렸는데 또 연장" 주민들 한숨
'교통오지' 불명예에 집값 3000만원 상승 그쳐

4호선 연장 진접역이 들어설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 일원. 양길성 기자

13일 오후 1시 경기 남양주시 진접 택지지구 일원 사거리에선 지하철 4호선 진접역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크레인 2개가 쉼없이 움직이고 인부 5명은 토목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진접지구 주민들은 역이 뚫리기만 10년째 기다리고 있다. 4만여 명이 살고 있지만 반경 10km 안에 지하철 역이 하나도 없어서다. 주민들은 당초 개통 예정일인 내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최근 개통일이 2021년 하반기로 미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곳 주민 최모씨(43)는 “2009년 입주해 전철역 개통을 기다려왔다”며 “또 늦어진다고 하니 더 기다릴 자신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동북부지역 광역교통망의 핵심으로 꼽히는 진접선 건설사업이 2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남양주 별내신도시, 진접지구, 오남지구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진접선은 당고개역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시 별내~오남~진접을 지나는 4호선 연장선이다. 개통 뒤엔 진접지구에서 당고개역까지 이동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14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역개통이 늦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수년째 잠잠하다.

◆진접→서울역 49분

진접선 복선전철은 4호선 당고개역~경기 남양주 별내동~진접읍 금곡리를 잇는 14.7km 길이 노선이다. 차량기지를 비롯해 3개 역이 신설된다. 2007년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대도시권광역교통 기본계획에 추가검토 노선으로 포함했다. 이후 2010년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사업비 1조3322억원 중 국비 75%를 지원받아 재정 부담도 덜었다. 2014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현재 공사 중이다.

진접선 노선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진접선은 경기 동북부 광역교통망을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별내신도시 북쪽 별가림마을과 진접지구는 그동안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이란 평가를 받았다. 주변에 지하철역이 없어서다. 진접지구는 가장 가까운 당고개역에서 직선 거리로 13km나 떨어져 있다. 광역버스도 잠실로 향하는 버스 2개뿐이다. 여의도 광화문 종로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향할 땐 2~3번 환승이 필요하다.

진접선이 개통하면 진접집구에서 당고개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에서 14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역도 49분에 닿는다. 시공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하루 3만여 명이 진접선 복선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본다”며 “국도 47호선의 차량 정체가 줄고 남양주시 인근 주민의 서울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1년7개월 늦춰져
순항 중이던 사업은 착공 뒤 1년 7개월 멈췄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져서다. 철도공단은 진접선을 4구간(1~4공구)으로 나눠 착공했다. 이 중 진접선 2공구에서 2014년 7월 사업자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했다. 2공구는 별내면에서 진접읍까지 4.6km 구간으로 예산 1243억원이 책정된 대형공사다. 업계에선 1~4공구 중 연장이 가장 길고 4km에 달하는 터널공사까지 포함돼 있어 입찰을 꺼린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철도공단은 1년 7개월간 공사를 맡을 업체를 찾지 못하다 지난해 3월에서야 금호산업과 계약을 맺고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공사 지연 사실을 진접읍 주민에게 한동안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내 “진접선 공사가 당초 계획인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올해초 갑자기 공사가 1년 7개월 지연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개통 시기는 당초 2019년에서 2021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해당 지역구 김한정 의원(더민주·남양주을)은 지난 3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찾아 공사 지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지연기간을 7개월 정도 단축해 2020년 12월 내에 개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4월 기준 공정율은 27.6%”라며 “사업이 늦어진 만큼 터널 굴착 공법 변경 등을 통해 공기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진접역 건설 공사가 한창인 진접읍 사거리. 양길성 기자

◆집값은 수년째 보합세

진접선이 진접지구 일대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년째 집값 상승세는 미미했다. 진접역 주변 1240가구 대단지인 신안인스빌 전용84㎡(6층)는 지난달 3억15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09년 말 당시 분양가(2억8000만원)에서 10여 년간 3000~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역 신설 소식은 분양이 한창인 2010년부터 들렸지만 집값 오름세가 적었다”며 “역 개통이 늦어진다는 소식에 기다리다 지쳐 매물을 내놓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Y공인 관계자는 “학군도 좋고 공기도 맑아 서울 강북, 도봉, 경기 의정부, 구리 등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찾는 분이 많다”며 “다만 지하철 개통이 늦어지고 있어 선뜻 이사를 결정하는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에 발목 잡히는 사업

전문가들은 예산 부족을 공기 지연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예산이 해마다 들쑥날쑥 편성되다 보니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행 중인 도로·철도사업 가운데 수십곳이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아산~석문 산단선, KTX 논산훈련소역,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신설 등이다. 경남 진주시에서 들어설 지방도 1013호선은 공사비 146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째지만 완공을 못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매년 10%가까이 줄이고 있는 만큼 공사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철도 사업은 초기부터 예산 확보 계획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14km 길이에 역이 3개뿐인 진접선에 지역 국회의원·지자체장 등이 나서 1조원 넘는 예산을 책정한 것도 문제”라며 “무작정 철도만 건설할 것이 아니라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망 확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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