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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성폭행 고교생 16명 '사실상 무죄']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가해자 학생들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중략)


성폭행을 다룬 뉴스를 보면 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요에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이 경감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성범죄에 노출될 때는 강하게 저항하고 소리를 힘껏 지르라는 행동지침은 상식처럼 일반화 돼 있다. 아울러 아동에게도 원치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내 몸을 만지면 '안돼요!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지르라고 교육한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성폭력 수사관이자 성폭력 예방강사인 박하연 강력계 형사의 "성폭행 당할때 소리지르고 강하게 저항하면 안된다"는 상식과는 다소 다른 조언이 다시 게재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내용은 박 형사가 지난해 방송된 온스타일 '바디 액츄얼리-피해자의 저항이 성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출연해 한 발언으로 성범죄 상황에서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다.

박 형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성폭행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저항하라고 가르친다"면서 "강하게 저항한다고 성폭행 막을 수 있었을까. 아동성폭행 사건을 보면 그 아이들 모두 외쳤기 때문에 죽었고 운좋게 살아난 아이도 지금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 칼을 목에 들이대고 있는데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라고 할 수 있겠느냐. 일단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내가 이 가해자 앞에서 소리치고 저항하지 않는게 내가 살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니 저항하라는 지침에 너무 얽매여 있지 말라. 내가 살기 위해서 외치지 않는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양재웅 정신과 전문의는 "살인 등 극도의 위험한 상황에서는 그렇지만 성희롱 성추행 등 가벼운 성범죄 상황에서는 싫다는 것을 표현해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출연한 사유리는 이에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칼로 찌를 경우 가해자가 되느냐"고 물었고 박 형사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0.0000001%도 잘못이 없다. 모든게 가해자 잘못이다. 피해자한테 '왜 짧은 치마 입었냐. 왜 술마셨냐. 왜 모텔 따라갔느냐' 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형사는 이어 "남자 아이들에게 'Dont be that guy(그런 남자 되지마)'라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박 형사의 조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우리나라는 여성이 성폭행 당할 때 저항하다 죽어야 불쌍하다고 하지, 살아남으면 저항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피해자를 꽃뱀이라고 하는 나라다", "뭔가 되게 짜증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저렇게 살기 위해 침묵으로 응해주면, 당신도 즐긴거 아니냐며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현실", "여자들 보고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이딴 거 가르치지 말고 남자들보고 성폭행은 하면 안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예전에 기사에서 읽었는데 어떤 여자가 성폭행으로 신고했는데 판사가 판결문 읽으면서 '흔들리는 바늘에 어찌 실을 넣을 수 있냐'고 했다 한다. 어이 없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성적인 접촉'이 있을때, 본인이 원치않는 접촉이라면, 언어로써 거부의사는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그것이 평소에 알던 사람으로부터 행해진 접촉이라면, 언어적 표현으로도 상대의 성적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이 '적극적이고 물리적인 방어, 혹은 고함을 질러서 위험을 알려야 한다'라는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만약 적극적인 거부 의사표현을 해야한다는 관점에서 물리적인 저항이나 소리지르기 등을 행하였을 경우, 가해자를 자극해서 생명 신체에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면서 "거부의사는 차분하고 명확히 표현하되,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거친 행동은 피해자를 오히려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중앙헌법법률사무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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