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 같은 개혁개방 성공하려면
주도적 핵폐기, 시장경제 수용해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지난 4월27일 남북한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인해 뿌옇던 시야가 밝아진 느낌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일단 시작은 좋다. 내친김에 북한이 경제개혁까지 성공적으로 일궈내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 담판을 목전에 둔 한반도 상황은 1978년 말 이후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성공적인 변신을 거듭한 중국을 떠올리게 한다. 덩샤오핑이 중국 변화의 한가운데서 개혁을 이끈 것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연 ‘북한의 덩샤오핑’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중국은 1975년 일본, 1979년 미국과 수교하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공 요인은 문화대혁명의 혼란과 폭력성, 주민 생활수준이 낙후된 원인으로서의 마오쩌둥 노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과거와 결별한 중국 지도부의 열린 마음이었다. 덩샤오핑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통해 사회주의도 시장을 활용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경제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정책은 가족 단위의 영농제도 도입, 과감한 외국인 투자 허용과 무역 분권화, 사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기업 확산이었다. 동유럽 옛 사회주의 국가들은 급진적인 체제 전환 과정에서 경제적 충격을 경험했지만 중국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 국유경제의 점진적 개혁, 외자 기업을 포함한 민간경제의 적극적 확대를 통해 고성장을 이끌었다.
북한의 과제는 우선 핵 문제 해결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환경을 우호적 분위기로 바꾸고, 이전 시대의 경제 노선으로부터 발전적 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정책 한계성을 인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실용적 노선을 채택하는 일은 세습 정권으로서는 매우 힘겨운 과정이다. 중국처럼 과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면 선대(先代)의 이념이나 방침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설명했듯이 말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완전한 비핵화’가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결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국과의 주고받기식 협상보다는 일방적인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 폐기’ 선언이다. 북한이 주도적으로 핵을 폐기하면 국제사회는 북한 결정에 전폭적 지지와 경제 건설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핵을 포함한 과거 청산과 국제 환경 개선이 북한의 성공적 변신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면, 구체적 경제정책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제 ‘장마당 경제’나 기존 경제 제도 속에서의 기업 관리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식 사회주의도 시장과 국제 경제 질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북한도 과감하게 농업의 ‘농가 책임 영농’제도를 시행하고, 민간 기업과 외자 기업을 허용해 상품 공급과 수출의 주요 축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적처럼 찾아온 한반도 분단 구조의 진화 기회를 활용해 북한의 경제 건설이 성공해야 한다. ‘실천이 진리 검증의 유일한 기준’이라는 실용적 사유와 행동으로 중국이 발전한 것처럼 북한 지도부의 현명한 결단과 올바른 정책 채택으로 남북한 경제가 용솟음치는 기회가 펼쳐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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