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 행복하누 대표

곡물 사료 대신 볏짚 먹여 길러
혈관 속 혈전 녹이는 오메가3 높아
도축 후 한 달간 냉장고에서 숙성
육질 부드러워지고 더 맛있어지죠

소를 키우고 육류를 보관하는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농부가 있다. 특허 개수도 4개나 된다. 전북 정읍에서 소 600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우 명인’ 김상준 행복하누 대표(63·사진)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그의 소를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 대개 축산농가는 소를 도축하고 등급은 부여받은 뒤 경매를 통해 판다. 경락가격이 높으면 농가 수입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익산에 있는 지역거점 도축장에서 도축한 뒤 다시 싣고 정읍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지하창고에서 한 달간 숙성한다.

“일본 와규를 생각했어요. 와규는 세계 유명 소고기가 됐습니다. 미국 영화를 봐도 와규는 상류층이 먹는 고기로 나와요. 한우는 왜 안 될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김 대표의 한우를 시중에서 구하긴 쉽지 않다. 가격은 같은 등급의 다른 한우와 비교해 적게는 30%, 많게는 4배 이상 비싸다. 한 달에 10마리 정도만 잡는다. 파는 곳도 많지 않다. 지금은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과 서울의 신라호텔에만 들어간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파는데 홍보를 하지 않아 판매 비중은 높지 않다. 일부는 미리 예약한 소비자에게 개별 납품한다. 이 개별 상품의 가격은 백화점과 호텔 납품가보다 4배 정도 비싸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등급인데도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먼저 기르는 법이 다르다. 지난달 정읍 전봉준 동학 발상지 인근에 있는 농장(축사)을 찾은 날 비가 왔다. 보통 비가 오면 축사 냄새는 더 심해진다. 300마리 정도의 소가 모여 있는 제1 축사를 방문했는데 분뇨 등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국내 1호 친환경 축사다. 이 축사엔 먹는 곳과 배설하는 곳 외에 볏짚이 깔린 공간을 따로 둬 소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료도 값비싼 풀 사료 중심이다. 김 대표는 “곡물 사료를 먹이면 성장이 빠르다”며 “그래서 출산한 어미소와 송아지에겐 일부 주는데 그 외엔 풀만 먹인다”고 했다. 이를 위해 풀 사료를 직접 개발했다. 그는 “한 달에 사료값만 2000만~3000만원 더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장 인근 165만2900㎡(약 50만 평)에서 벼도 재배하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볏짚을 거둬 일부는 직접 먹이고 일부는 사료회사와 협력해 별도 사료를 만들어 소에게 준다. 여기에 비결이 숨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다.

“소고기엔 오메가6와 오메가3라는 지방산이 있어요. 오메가6는 혈관 속에 혈전을 쌓아요. 반면 오메가3는 혈전을 녹이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키우는 한우는 오메가3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사료 덕분입니다. 옥수수 사료만으로 키운 소는 오메가6 대 오메가3 비율이 60 대 1 정도 됩니다. 수입육은 108 대 1, 일반 한우는 40 대 1 정도 입니다. 옥수수 등 곡물로 키운 소는 오메가6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제 소고기는 이 비율이 2.8 대 1에 불과합니다. 충남대와 서울대가 확인한 수치입니다.”
김 대표는 오메가3 비율을 높이기 위한 사료 발굴에 나섰다. 처음 찾은 건 들깨였다. 그러나 검증해보니 들깨 안엔 소에게 안 좋은 독소가 함유돼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산 아마유를 섞어 사료를 개발했습니다. 글로벌 사료회사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풀 사료 중심이다 보니 사육 기간은 더 길다. 정부와 일반 농가는 대개 27~28개월을 적정 비육 기간으로 보는데 이 농가는 36개월간 기른다고 했다.

행복하누만의 특장점인 숙성 방식도 남다르다. 가공된 소고기를 0~3도에서 보관하는데 적정 기간은 한 달이다. 이렇게 하면 소고기에 있는 효소 카뎁신의 작용으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풍미가 더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을 모두 특허로 담아냈다.

김 대표가 ‘숙성 기능성 한우’에 빠지게 된 계기는 해외 연수였다. 1983년 후계농자금을 받아 돼지 한 마리를 산 게 축산의 시작이었다. 돼지 마릿수를 늘리고 돼지에서 소로 영역을 확장했으나 1986년 소값이 크게 떨어졌다. 수입 소고기 때문이었다. 타개책을 고민하던 차에 덴마크로 6개월간 연수를 떠나게 됐다. “가서 보니 오히려 돼지는 안 되겠더라고요. 한 농가가 5000마리를 기르는데 400ha에서 사료로 쓸 옥수수 농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어요.” 400ha면 한국의 웬만한 면(面) 한 개 면적이다. “‘우리는 그런 땅이 없다. 곡물값도 비싸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한우를 길러 고급화하면 길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 대표의 숙성한우는 2007년, 기능성 한우는 2010년 시장에 나오게 됐다.

정읍=FARM 김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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