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품종 클레마티스를 정원용으로 100여종 개발
영국왕실 훈장 받아…74세에도 현역으로 활동 중
한국 시장 진출 위해 선그로원예컨실팅과 손잡아

경기도 고양국제꽃박람회가 1일 본격 개막됐다.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지만 30일까지 관련 사업자를 위한 행사였고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는 일반에도 공개된다.

올해로 12회째인 고양꽃박람회는 참가업체 및 관람객수 규모면에서 대표적인 화훼전시회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전시 첫 해부터 해외 28개국 107개 업체가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30~40개국에서 꾸준히 출품해 관람객들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에도 해외 36개국 120여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영국 원예업계의 레전드급 인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세계적인 원예업자 레이몬드 에비슨(Raymond Evison)이다.

그는 북반구에 널리 퍼져있는 야생품종인 으아리(클레마티스,Clematis)를 정원 및 화분용으로 교배한 후 100여가지 꽃으로 개량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국빈이 영국을 방문하면 왕실 만찬에 초대받기도 했다. 영국 BBC가 생중계하는 올해로 113년 전통의 첼시 꽃 전시회에서 25번의 메달을 수상한 이력도 갖고 있다.

레이몬든 에비슨은 올해 74살의 백발인데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이유에서인지 얼굴피부는 아기 같다. 하지만 손가락 마디는 굻고 몇 개는 살짝 휘어있다. 지금까지 58년간 나무 흙 꽃을 만져 오면서 생긴 훈장 같았다.

그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녀본 적은 없지만 4권의 원예서적을 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그렇다고 원예학자라기보다 사업가에 가깝다. 자신이 개발한 으아리 묘종을 유럽 대륙, 북미, 일본으로 수출한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찾은 것도 자신이 개발한 으아리를 한국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그가 으아리 교배종을 개발하고 종자를 뿌리는 곳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협에 있는 건지(Guernsey) 섬이다.

-영국 서부가 고향인데 왜 건지섬으로 건너갔나.

“제 할아버지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때 정원사였다. 아버지도 똑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나도 어린 시절부터 꽃과 나무 곁에서 자랐다. 내 나이 16살 때 야생꽃을 정원용으로 교배하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국은 꽃 교배에 적합한 날씨가 아니다. 영국 본토보다는 날씨가 온화한 건지섬으로 옮긴 이유다. 건지섬 온실에서 으아리 종자 개발을 하고 있다”
-왜 으아리인가.

“나에게 굉장히 매혹적인 꽃으로 보였다. 북반구에 널리 퍼져있는 야생나무에 피는 꽃이다. 전 세계에 300종쯤 분포돼 있다. 중국에만 150종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한국과 일본에도 볼 수 있는 꽃이다.

으아리는 정원에 가꾸는 게 영국에서도 드물었지만 나는 으아리에 빠져서 18살 때 첫 교배에 성공했다. 어머니 이름을 따서 ‘에디트(Edith)’라고 했다”

-그 이후 꾸준히 으아리를 개발해 온 것인가.

“그렇다. 100여종이 넘는다. 야생상태에서 클레마티스(으아리)의 키는 3~4m쯤이다. 정원용으로 개발한 게 1m 정도 높이이고 화분용으로는 30cm쯤 된다.

클레마티스 꽃은 아담하고 오래간다. 정원이나 화분에서 키우기도 쉬운 편이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건지섬 온실에서 매년 200만개 종자를 뿌려서 묘종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률은 25%정도이다”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클레마티스를 수출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꽃전시회장을 찾아 다닌다. 몇 년 전 독일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한국 관람객과 관련 업체를 처음 알게 됐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정원 꽃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던 중에 선그로원예컨설팅 윤병한 대표를 만나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꽃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아 언어나 전문지식면에서 얘기하기 편한 파트너다”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서 진행중인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의 화훼2관에 가면 레이몬드 에비슨이 개발한 클레마티스를 볼 수 있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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