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이후
전문가들이 본 한반도 정세

"과거 회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2000년·2007년엔 남북만의 협상
이번엔 美·中·日·러 등 모두 엮여

트럼프는 전례에 얽매이지 않아
'통 큰 피스메이커' 역할 자처
北·美 회담서 파격 합의 나올 수도
양측 진정성 보이는 게 성공조건

평가 엇갈리는 '완전한 비핵화'
문 대통령 방미때 잘 설명할 것

남북 갈등 국면 이용한 사람들도
이젠 한반도 번영에 힘 합쳐야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은 한반도 주변국이 모두 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은 한반도 주변국이 모두 관여했다는 점에서 이전 남북 회담과 확연히 다릅니다. 비핵화와 북·미 수교의 선순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82)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로 지켜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원(현 통일부) 장관, 김대중 정부 당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당시 사회담당 고문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에선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으로 일했다.

진보 진영을 대표해 한반도 정세 분석과 공개 강연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한 교수와의 인터뷰는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 25일과 회담 다음날인 28일 두 차례 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언과 어떻게 다릅니까.

“근본적으로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언들(6·15 선언, 10·4 선언)은 오직 남북한만의 협상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반도 정세와 관련 있는 국가들이 전부 엮여 있어요.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과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몇 주 있으면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죠.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하면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됩니다. 제 생각엔 북·미 정상회담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미 회담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북한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인물입니다. 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며 그에게 ‘포스트모더니즘적 대통령’이란 별명을 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득이 된다 싶으면 정말 과감하게 나서죠.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통 큰 피스메이커(peace maker)’ 역할을 하려 합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면서 역사에 남고 싶어합니다. 그는 대놓고 노벨평화상을 원합니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도 신경쓸 겁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요.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화하려 합니다. 민생경제에 주력하는 정상적인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죠. 저는 김정은이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발표했을 때 ‘아, 북한이 이제 경제 쪽으로 확실히 돌아섰다’고 전망했습니다. 핵은 결국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봤어요. 핵이 없으면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과연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을까요. 김정은은 김정일 시절 ‘고난의 행군’ 때문에 주민들이 얼마나 체제를 원망했는지 목격했을 겁니다. 그 때문에 경제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립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란 말이 들어간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죠. 비핵화 과정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다음달 워싱턴DC를 방문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설명하리라 믿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분명 비핵화 문제를 깊이 있게 대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관철하려 할 겁니다. 북한은 미국에 ‘CVI적 체제 보장’을 요구할 겁니다. 서로의 조건에 맞는 구체적 성과가 나오려면 진정성을 내보여야 합니다. 북한이 이를 모를 것 같습니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믿는군요.

“당연합니다. 전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나서리라고 봅니다. 이제 더 이상 핵을 갖고 거래할 필요도 없고, 계속 그렇게 했다간 북한 주민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고난이 닥칠 게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핵물질과 핵탄두, 핵시설 폐기에 못 나설 이유가 없으리라 생각해요. 그렇게 핵을 보유한다고 해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북한이 버텨내지도 못할 겁니다. 이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믿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정세를 보면 북한은 비핵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표어에서 내세운 ‘평화’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각국이 원하는 평화의 의미는 물론 다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논하는 평화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다시 머리를 맞대 휴전 체제에서 평화 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강대국 간의 세력다툼에 휘말려 오랫동안 원치 않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원치 않는 식민지 시기를 겪었고, 원치 않는 분단을 겪었고, 전쟁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그 비극은 현재진행형이죠.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 우리에겐 천우신조였다고 봅니다. 정세 급변의 계기를 마련해줬으니까요.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평화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올림픽이었습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 관련 후속 논의가 계속될 텐데,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까.

“그동안 남북 갈등 국면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들이 각계에 많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마음을 열고 힘을 합쳐주길 원합니다. 힘을 모으지 못하면 한반도의 번영이 찾아오기 힘들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개인적인 소회는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지도자인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으니까요. 김규식, 김구 선생 등이 한반도 분단을 막으려 남북협상을 하다 실패한 뒤 한탄했을 때 얼마나 비통했을지 새삼 떠올랐습니다.”

■ 한완상 명예교수는

△1936년 충남 당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에모리대 정치사회학 석·박사
△통일원(현 통일부) 장관
△상지대 총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이사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한성대 총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서울대 명예교수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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