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하루' 27일 남북정상회담

집중 분석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고비마다 승부사 기질…얻을게 있으면 고개 숙여
고모부·형제까지 숙청하는 잔혹함에 직설적 성격
회담선 통 큰 이미지 보이며 실리 챙기기 나설 듯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어떤 협상력을 보일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판단력이 뛰어난 지략가”라는 평가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능가하는 잔혹함을 지닌 냉혈한”이란 비난이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화끈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이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가족마저 숙청하며 정치기반 다져

김정은에게 ‘잔인한 독재자’란 별명이 따라다니게 된 것은 최고지도자가 된 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고,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하던 이복형 김정남의 독살 배후로 지목되는 등 가족마저 숙청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계 원로들도 숙청의 칼날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군사 분야에서 김정은의 ‘스승’ 역할을 하던 이영호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은 2012년 7월 모든 공직에서 해임됐다. 한때 북한 인민군 서열 1위로 거론되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2015년 4월 김정은에 대한 불경죄로 처형됐다. 지난해 말엔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이 실각하고, 김원홍 전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해임 후 출당됐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강한 권력욕과 더불어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한 데 따른 불안감, 경제난, 안보 위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의 어머니이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용희가 북한에서 최하층 출신 성분으로 인식되는 북송 재일동포 출신 무용수란 사실이 큰 약점이었다. 김정은은 이 때문에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서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직설화법과 파격의 연속

김정은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고비 때마다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할 때가 많아 그의 의사결정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 때가 많다.
김정은의 직설화법은 현장시찰에서 잘 나타난다. 2015년 5월 대동강 자라양식장을 찾았을 때 “원수님 업적을 말아먹고 있다”고 간부들을 질책했다. 지난해 10월 평양 화장품 공장을 방문했을 땐 마스카라를 언급하며 “국산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평했다.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2016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가 성공하자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웠다. 지난해 3월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한 뒤 과학기술자들을 업어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선 도발적 화법을 썼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자신을 비난하자 국무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 맞불을 놨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성명을 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꼭 얻어내야 할 이익이 있다면 계산적으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지난 22일 황해북도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숨진 것과 관련해 연일 직접 사과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25일 밤 평양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의 시신 및 부상자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전용열차를 배웅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 “속죄합니다” “사과의 뜻을 표합니다” 등의 표현을 썼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외적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해 특정 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 중국을 안전판으로 확보하려는 의도에서다.

‘통 큰 이미지’ 속 냉정한 계산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 큰 정상국가의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며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를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총론 차원에선 비핵화와 군사 분야 등 민감한 부문에서 과감한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각론에선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냉정한 일면이 정상회담 중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김정은에 대해선 ‘예측할 수 없다는 점’만을 예측할 수 있다”며 “과거에 북한을 바라보던 기준으로는 김정은 체제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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