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스스로를 조각가, 화가, 사진가로 부른 프랑수아 윌렘은 가운데에 사물을 놓고 주변 360도를 15도씩 나눈 뒤 각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카메라는 계산에 따라 24대가 동원됐는데, 인화된 사진을 포개면 평면에 머물렀던 사물이 입체적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진조각술’로, 지금의 3차원(3D) 시각이 당시에도 구현됐던 셈이다. 윌렘은 1864년 8월9일 자신의 3D 입체 사진 기법을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했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평면을 찍는 카메라 여러 대로 사물을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을 뿐 이를 프린터로 출력하는 것과는 무관했다. 한마디로 같은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사진을 적층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생각은 훗날 3D 프린터 등장의 계기가 됐다. 1892년 5월, 지도학자인 J E 블랜더는 지형도를 제작할 때 적층 인쇄 방식을 제안했다. 이 경우 언덕과 계곡 등을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흥미를 끌었다. 그도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했지만 한동안 입체 적층 인쇄는 상상에만 머물렀을 뿐 특정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1975년 1월, 와인 켈리 스와인슨이 특허를 취득한 3D 시스템은 사물을 입체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매우 초보적이지만 두 개의 빔을 교차해 물체의 형상을 제작했다.
현대적 개념의 3D프린터 출현은 1981년 일본 나고야 산업연구소의 히데오 고다마가 감광성 수지를 이용한 시제품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감광성 수지란 빛에 따라 성질이 변하는 고분자 물질을 의미한다. 레이저빔을 쏴 액체 플라스틱의 필요한 부분만 고체화하는 방식이다. 이후 3D프린터는 가정에도 보급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3D 제조 방식은 자동차에도 속속 활용되고 있다. 2014년 미국 로컬모터스는 기계 장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했고, 이듬해 디버전트 마이크로 팩토리스는 섀시만 3D프린터로 제작한 슈퍼카 콘셉트 블레이드를 선보였다. 이외 3D프린터를 활용한 자동차 제작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모두 자동차 만들기에 도전하면서 누가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 전기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XEV와 중국 3D프린터 기업 폴리메이커가 손잡고 시속 70㎞ 이상으로 최장 150㎞ 주행이 가능한 도심형 전기 이동수단 LSEV(사진)를 개발했다. 2019년 1000만원에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섀시와 유리, 타이어를 제외한 외부 패널 대부분이 3D로 제작돼 무게도 450㎏으로 가볍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능을 넣어 사고를 없앤다는 장기적 목표도 세웠다. 철강 없는 플라스틱 자동차가 3D프린터 덕분에 현실로 한발 앞서 다가오는 셈이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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