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인색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호찌민 진출

베트남 진출 韓기업 3000여개
사업 허가부터 노사 문제까지
법률서비스 수요 폭발적 증가

단순자문 넘어 對정부 업무까지
영미권 로펌보다 우수한 서비스
국내 1위 로펌이지만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해외 진출에 인색하다. 기껏 홍콩에 소규모 현지사무소를 내고 있는 정도다. 해외 현지 로펌과의 협업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김앤장이 최근 베트남 정부로부터 호찌민 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았다. 김앤장 관계자는 “고객 요청이 많아 현지에서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무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국내 7대 로펌이 전부 둥지를 트는 최초의 나라가 됐다.

‘국내 1위’ 로펌 김앤장도 베트남 호찌민행

현대자동차그룹은 베트남 탄콩그룹과의 합작사 ‘현대탄콩’을 통해 현지 완성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 3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소형차 중심의 완성차 공장이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현대차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로펌 2곳 이상에 자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자동차회사를 포함한 글로벌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프로젝트인 만큼 한 치의 법률적인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끊임없이 굵직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 발맞춰 로펌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김앤장이 호찌민 중심가에 있는 도이치하우스 빌딩에 둥지를 틀기로 하면서 베트남은 한국 7대 로펌이 모두 진출하는 첫 나라가 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24일 하노이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호찌민에 이어 베트남에 연 두 번째 사무소다. 이에 따라 김앤장을 제외한 광장·율촌·지평·세종·태평양·화우 등 국내 대형로펌 6곳은 모두 호찌민과 하노이에 사무소를 구축했다.

지평은 2006년 주요 로펌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경제중심지인 호찌민 사무소는 기업들을 근거리에서 지원하고, 하노이 사무소는 베트남 정부와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한 나라의 두 개 도시에 한국 로펌들이 줄줄이 진출한 것 자체가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교역확대로 법률서비스 수요 급증

한국 7대 로펌의 동시 진출은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양국 교역이 급속히 늘고 있어서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다. 2007년 13위에서 빠르게 3위로 치고 올라왔다. 베트남은 한국이 세 번째로 해외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최소 3000개다. 현지에서는 5000개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진출 기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법률 수요도 늘고 있다. 초기 진출은 물론이고 성장 단계에서도 법적 자문이 필요한 상황이 많다.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곳곳에 숨어 있다. 행정절차도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금융업 진출은 현지 정치권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인 투자 법제도 복잡하다. 토지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로부터 임대를 받는 형태다. 한 현지 대형로펌 변호사는 “베트남은 공산국가인 만큼 기업들이 예상치 못하게 겪는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 로펌들이 현지 로펌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에 단순 자문을 넘어 대(對)정부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랜 자문 경험 바탕 서비스 확대

‘노동집약’ 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특히 한국 로펌들의 서비스가 절실하다. 베트남 노동법과 관련한 이슈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정부가 지역별로 1·2·3급지를 나눠 각 근로자의 임금을 정해준다. 매년 6~7%씩 인상된다. 처음에는 고용한 인력들의 인건비가 비싸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한다. 근로자 복지 문제와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것도 모두 로펌의 일이다. 한윤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초기에 제대로 된 임금 설계를 하지 않고 들어간 한국 기업들이 훗날 호봉제에 따른 급격한 임금 증가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제도와 법률이 속출하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베트남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한 기업 대표는 “많은 자문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은 한국 로펌들의 수준이 영미권 로펌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현지의 평가”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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