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투기자본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주주 손발을 묶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전방위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보험업법 개정 전이라도 매각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내달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추가 요구가 나올지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법무부도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대주주 견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검토의견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대주주 전횡을 막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한다는 취지라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주주 견제책은 차고 넘치는데, 경영권 방어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그룹은 금융위원장의 요구에 순환출자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살 수 없고, 외부에 팔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난처해하고 있다.
법무부가 들고나온 상법 개정안도 투기자본의 이사회 진출을 열어주는 지렛대가 될 위험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10대 기업 중 4곳에서 외국계 헤지펀드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한다. 엘리엇으로부터 집중투표제를 요구받은 현대자동차도 그중 하나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10대 기업 중 6곳의 감사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판 대기업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소수 지분을 가진 헤지펀드라도 ‘주주환원’ 등을 내걸고 외국인 주주들을 규합하면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면 민간 대기업 경영에까지 ‘사회적 경영’을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통해 ‘1주=1투표제’ 원칙까지 허물고 있어서다. 실제 그렇다면 위험한 발상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주인 없는 공기업’처럼 운영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있을까. 한번 훼손된 기업 경쟁력을 복원하려면 엄청난 고통과 대가가 따른다. 자꾸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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