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한 주'
남북정상회담 D-1

위성락 前 6자회담 수석대표 인터뷰

"앞으로 양자회담 형식 많아져
6자회담 틀로는 안 돌아갈 것
트럼프·김정은 모두 자아 강해
협상 꼬이면 판 완전히 깨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아주 현실적이고 용의주도합니다. 협상이 잘 된다면 ‘통 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사진)는 “김정은은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다”며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위 전 대사는 외교부에서 북미국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러시아대사 등을 지냈다.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본 경험이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해 여전히 외교가에서 최고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이번 회담의 핵심은 비핵화의 의미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과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정세 관련 주요국이 해석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모두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동일한 단어를 서로 똑같이 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남북이 서로 명확히 공유하고 발표해야 그 다음에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이 모두 패권주의를 강력히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는 “김정은은 3대째 세습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역대 유례 없이 행정부 내에서 자신의 힘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4선을 하면서 사실상 차르(황제)가 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인 지배체제 공고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자아가 강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이라며 “이런 지도자들끼리 협상하면 잘 풀릴 땐 실무진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이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완전히 판이 깨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과거 6자 회담의 틀로 돌아오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6자 회담이 얼마 가지 못한 이유는 서로 간 불신이 심했고, 각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핵 관련 입장도 달라졌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위 전 대사는 “앞으로 양자, 다자 회담 형식이 많아질 텐데 3자 이상의 회담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 전 대사는 “어렵게 열리게 된 남북 정상회담인 만큼 비핵화와 평화협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한·미는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으로 같은 협상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이미아 /사진=강은구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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