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본색 드러낸 엘리엇
'현대차-모비스 합병'으로 선회한 진짜 이유는

지주사 전환 예측해 10억弗 베팅
'모비스-글로비스 합병안' 나오자 투자 손실 우려해 전략 변경

"실현 불가능한 요구안 내놓고 결국 한몫 챙기려는 꼼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반기를 든 것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성향 확대 등을 이끌어내 단기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127,0003,000 +2.42%)그룹이 준비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약한 고리를 부각시키고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뒤 현대차그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을 예상하고 관련 주식을 사모았다가 자신들의 예측이 빗나가자 현대차그룹을 공격하기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해석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기대했던 엘리엇

24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227,0005,000 +2.25%)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3개 회사 주식을 모두 1.5% 이상씩 사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기업의 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고,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 및 합병 등 중대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수해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 가격은 지난 3개월간 주가 움직임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해당 기업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주주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사업부문과 현대글로비스(132,5003,500 +2.71%)를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을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배회사로 삼겠다고 발표하자 당황한 엘리엇이 공격하기로 방향을 바꿨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차(32,200300 +0.94%)가 분할 및 합병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엘리엇은 이들 기업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기본은 손실을 막는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헤지펀드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지주사 전환을 요구한 것은 결국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은 현대차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투자회사를 현대차그룹 지주사로 전환하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주회사가 현대차 사업회사와 기아차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가능한 방안 요구한 속내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해 공세를 편다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안을 검토했지만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미 정부와도 물밑 조율이 끝난 사안이라 이제 와 구조 개편 방식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엘리엇도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을 일단 내놓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으면 대신 다른 ‘당근’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논란이 많았던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을 문제삼은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나는 너희들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원하는 걸 내놓으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현대차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고, 이들 회사 당기순이익의 40~50%를 배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다국적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제안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엘리엇이 요구하는 지주회사 전환은 현실성이 없다”며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실리를 취하는 전통적인 협상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병욱/정영효 기자 dodo@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M&A 팀 정영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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