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만에 70弗 넘은 두바이油
감산에 재고 줄고 '중동 불안' 겹쳐
이란 제재 부활하면 더 치솟을 것"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국제 원유가격이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주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이 53달러였고 올 1분기 가격이 64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이런 국제 유가 상승은 세계 석유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으로 ‘공포 프리미엄’이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시장은 2014년 이후의 공급 과잉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수급 균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비(非)OPEC 산유국들이 지난해 1월부터 생산량 감축에 돌입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준수율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에 따른 생산 감소 등으로 100%를 훨씬 웃돌고 있다. 물론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꾸준한 증가는 감산 효과를 상당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의 확장세에 힘입어 석유 수요가 예년보다 더 많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재고도 줄었다. 지난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 재고는 과거 5년 평균에 비해 3억4000만 배럴 많았으나 이제는 거의 그 평균치에 근접했다. OECD 석유 재고가 과거 5년 평균치에 도달하는 것은 감산 참여국들이 밝힌 ‘석유시장 안정’의 구체적인 목표다.

한편, 이달 들어서는 일련의 지정학적 사건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反)정부군 장악 지역에 화학무기를 살포해 인명을 살상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등 연합군이 시리아 내 화학무기 기반시설을 공격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와 이란이 이슬람 시아파 정권의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 반정부군을 지원하는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또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도 고조됐다. 예멘 내전에서는 시리아에서와 정반대로 사우디가 수니파 정권의 정부군을 지원하고 이란은 시아파 반정부군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함에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 확대의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JCPOA) 파기를 주장해온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와 전 유엔 대사 존 볼턴을 각각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국제 유가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겠지만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 올해 말로 예정된 감산기간 종료에 대비한 OPEC의 출구 전략과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증가 속도, 서방국가들의 이란에 대한 제재 부활 여부가 그것이다.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는 최근 감산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거나 러시아와 함께 석유시장을 항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의 원유생산은 유가 상승에 자극받아 더욱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OPEC과 미국 셰일오일 사이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겠지만 적어도 연말까지는 불안한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는 경우로 유가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핵 협정 파기로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이란의 원유 수출이 25~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 유가는 당분간 공포 프리미엄이 유지되면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음달 12일 만기가 도래하는 이란 핵 합의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 시한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공포 프리미엄은 수급 상황과는 무관하게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부분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된다면 유가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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