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실패로 끝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실업률 OECD 5번째로 높아
시간제 일자리 등 임시직에만 몰려
전면 확대되면 재정부담 커지고
빈곤층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

구직활동 않을땐 수당 삭감키로
핀란드는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우선 실업자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빈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추후 기본소득제를 전면 도입하는 대신 다른 복지제도를 통합하면 행정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종전처럼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근로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빈곤 해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았다. 기본소득을 전면 시행하기엔 재정 부담이 컸다. 결국 핀란드 정부는 2년간 시범 시행 후 대상자를 확대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올해 말 기본소득 실험을 마치기로 했다.

◆재정 부담 크지만 효과 작아

기본소득이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빈곤 해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월 발간한 핀란드 경제에 관한 보고서에서 기본소득을 전면 시행하면 핀란드 빈곤율이 11.4%에서 14.1%로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층에 집중되던 복지 예산이 전 계층에 분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당초 기본소득의 취지는 실업자에게 최소한의 생계 기반을 마련해 줌으로써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에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간제 일자리 등 임시직 취업에만 몰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핀란드의 실업률은 8.6%로 OECD 회원국 중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효과에 비해 재정 부담은 막대하다. OECD는 핀란드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소득세를 지금보다 30% 늘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핀란드 내에선 기본소득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증세엔 반대한다는 여론이 많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보도에서 “핀란드인의 70%가 기본소득을 지지했지만, 소득세 인상을 전제로 했을 땐 찬성률이 35%로 떨어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BBC는 24일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실업수당 수술 나선 핀란드

핀란드 정부는 복지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중단하는 대신 구직활동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3개월 내 최소 18시간 동안 일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아야만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수당을 삭감한다. 가디언은 “핀란드 정부가 엄격한 복지제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영국의 통합수당(universal credit)과 비슷한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각종 복지급여를 하나로 합치고 가구당 상한액을 설정하는 제도다. 일정 수준 이하의 저소득층에 소득세를 면제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역소득세’ 제도도 검토 중이다.

◆AI시대 기본소득 실험은 계속

핀란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기본소득 실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발전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핀란드의 기본소득제가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의 올리 캔거스 박사는 “큰 실험에 대한 폭넓은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2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며 “추가로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믿을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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