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자 직권면직 이후 한 달…강원랜드는 지금

카지노 딜러 등 198명 한꺼번에 업무서 배제
정상영업 차질 빚어

"왜 우리만 뭇매 맞나"…면직자들 볼멘소리
복직 위해 소송제기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에 직원들 불만도 증폭

지난 20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본사 앞에 채용 취소자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부끼고 있다. /성수영 기자

지난 20일 밤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 주말 대목인데도 ‘미운영’이란 푯말을 세운 빈 테이블이 눈에 많이 띄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카지노 딜러 등 198명이 한꺼번에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운영 테이블이 20개 넘게 줄어든 탓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부정합격자 200여 명에게 해고에 해당하는 직권면직 처분을 내리도록 강원랜드에 지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 대부분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남은 사람끼리도 서로 반목하는 등 회사 분위기가 ‘쑥대밭’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직원들끼리 “내편 네편”

채용비리 사태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직원 간 반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체 직원 3600여 명 중 채용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만 500명 안팎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일부는 “부정 입사자 때문에 졸지에 적폐집단으로 몰리게 됐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채용비리와는 다른 복잡한 사연이 있는데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마녀사냥 하듯 하고 있다”며 억울해하는 직원도 상당수다. 강원랜드는 1995년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만큼 지역 고용안정을 위해 정선 태백 등 폐광 4개 지역 출신을 우대하고 있다. 이번 채용비리 연루자 절반 이상도 폐광지역 ‘흙수저’ 출신이다. 가까운 지인들의 추천을 받은 것까지 싸잡아 채용비리로 내몰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면직자들의 줄소송이 예고돼 있어 내부는 더욱 뒤숭숭하다. 법조계에선 “면직자들이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는 피해자를 전원 구제한다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채용 과정에서 추천인을 공란으로 둔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며 “구제책이 발표되면 기준을 놓고 또다시 지역이 양분돼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이르면 다음주 피해자 구제책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낙하산은 현재진행형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과거 정부마다 강원랜드는 정권에 지분이 있는 인사를 내려보내는 ‘전리품’으로 취급됐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최영 전 사장은 2009~2010년 파친코 기계 납품과 지인 강원랜드 취업 등의 대가로 브로커 유모씨에게서 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중 핵심 인사였다. 2013년 채용비리 당시 사장을 맡은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도 낙하산으로 내려간 뒤 정치권에 줄을 대는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 채용을 일으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새 정부 들어서도 크게 변한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랜드가 올초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낙하산이 내려올 자리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상임감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5명을 선임해야 하는데 벌써 내려올 사람의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숙명 아니겠느냐”며 자조했다.

지역 여론도 싸늘

강원랜드를 바라보는 정선지역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사북읍 구공탄 시장에서 만난 김모씨(63)는 “강원랜드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게 없다”며 “채용비리로 이미지만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 손님들은 주말 저녁에 와서 밤을 새운 뒤 다음날 돌아가고 여유있는 사람은 강원랜드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고 했다.

20여 년 전 폐광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지역민 상당수가 도박 중독자가 됐다”며 “폐광지역을 왜 꼭 카지노로 살리려 했는지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일부 주민은 연간 영업장 출입 횟수가 초과되자 타지로 주소를 옮기면서까지 도박에 빠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업 허가가 만료되는 2025년 재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원랜드 한 직원은 “강력한 정부 규제를 받으면서도 이익을 내고 지역민까지 배려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신임 사장이 비카지노 부문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선=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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