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상품 바꿀 수 없느냐" 콜센터 문의 쇄도
취소 수수료 물어가며 여행 앞두고 상품 변경하는 소비자도
"대한항공 대체 어려워…실질적 불매운동 쉽지 않다" 지적


다음 달 아내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직장인 김성환(39·송파구) 씨는 지난 23일 동일한 목적지의 유사한 패키지로 여행 상품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대한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를 접하면서 다른 항공사 이용 상품으로 바꾼 것이다.

김씨는 "취소 수수료로 상품 가격의 15%를 여행사에 배상해줬다"면서도 "최근 대한항공 오너의 모습을 보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내가 예약한 상품이 대한항공을 타고 가는 것이냐", "상품을 변경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콜센터로 쇄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여행사 중 한 곳인 'A사' 관계자는 "과거 '땅콩회항' 사건 당시 유사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며 "최근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반감이 다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인 'B사'의 경우도 관련 문의에 대응하느라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티켓 가격이 급등하거나 당장 비행기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소비자의 경우 문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한항공 상품을 팔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이 한진그룹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및 진에어 불매'와 관련된 청원이 총 8건, 청원 수는 약 2000여명에 달하는 상태다.

하지만 실제 대한항공 불매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여행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지배적 위치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김포 및 인천공항 출발 단거리 노선(동남아, 중국, 일본)의 경우 대한항공의 비중이 18%(지난달 기준) 정도에 달한다. 한진그룹 계열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까지 포함하면 20%를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이 13%가량이며, 나머지가 저비용항공사 및 해외국적기다.

중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 의존도가 더 심하다. 국내 출발 미주, 유럽, 태평양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점유율이 30% 안팎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가량이다. 동남아, 중국, 일본 외에 다른 국가로 나갈 경우 4명 중 1명 이상은 대한항공을 탄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대한항공과 동일 노선 예약률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행기 티켓의 경우 보통 몇 달 전에 예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여행사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 대비 2~3배 많은 노선 수, 운항편 수 등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에 대한 실질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특히 50~60대의 경우 여전히 대한항공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경우 보통 몇 달 전에 예약이 모두 끝나는 데다, 출발을 얼마 앞두고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까지 발생한다는 점도 불매운동이 쉽지 않은 이유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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