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태 일파만파

김경수·드루킹 관계 의혹 증폭

김경수측 보좌관, 작년 9월 받은 돈
지난달 26일 드루킹측에 반환

드루킹, 지난달 15일 협박 메시지
김경수 '확인하겠다' '사표받았다' 답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인 한모씨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씨(48·필명 드루킹) 측으로부터 받은 현금 500만원을 돌려준 시기가 드루킹이 구속된 바로 다음날인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 구속 바로 다음날 돈 반환

서울지방경찰청은 23일 드루킹이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회원인 김모씨(49·필명 성원)로부터 “지난해 9월 한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빌려줬으며 지난달 26일 돌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드루킹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으며 이어 25일 새벽 구속됐다. 이는 한 보좌관이 돈을 받을 당시에는 갚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드루킹 측에서 한 보좌관을 찾아와 전자담배 포장지에 넣은 돈뭉치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갔으며 이를 나중에 확인한 한 보좌관이 그럼 ‘빌린 것으로 하자’고 했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전했다.

드루킹이 구속 전 김 의원을 직접 협박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수사 결과 드루킹이 지난달 15일 텔레그램과 시그널 메신저로 김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으며 김 의원은 시그널을 통해서만 두 차례 답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첫 번째 메시지에서 “황당하다.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몇 시간 뒤 “(한 보좌관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메시지는 이미 대화방에서 삭제된 상태였으며 드루킹이 해당 화면을 캡처해 사진 파일로 저장해 놓은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 의원, 드루킹 협박 사실 숨기려 했나

김 의원은 이런 일을 당이나 청와대 등 외부에 숨기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는 지난 16일과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2월 말 김 의원 측 (인사 추천) 요청을 받아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월 말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직에 추천한) A변호사를 만났고, 이어 드루킹을 만나려 했으나 이미 구속된 상태여서 만나지 못했다”며 “(상황을 파악해보니) 심각하지 않아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 바 있다. 이후 A변호사는 백 비서관을 만난 시점을 3월28일로 특정해 공개했다. 하지만 보름 전 김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이 드루킹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협박까지 당한 사실을 청와대에 곧장 알렸다면 사정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한 보좌관의 사표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한 달이 넘도록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부분은 미심쩍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한 보좌관이 김 의원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제 보고했는지, 김 의원이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한 보좌관을 왜 그대로 내버려뒀는지는 앞으로 수사로 밝혀야 할 사항”이라며 “한 보좌관과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경공모의 회계 담당으로 느릅나무 사무실에서 상근하면서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은 김모씨(49·필명 파로스)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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