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태 일파만파

여야 '댓글조작 특검법' 놓고 충돌… 국회 공전 거듭

3野 "특검 수용땐 국회 정상화"
국정조사 요구서도 함께 제출
민주 "수사 미진 판단되면 검토"
野의석 과반 충족… 압박 커질듯

국민투표법 개정 결국 시한 넘겨
6월 개헌도 사실상 물건너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 대표·원내대표가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관련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 조배숙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홍준표 한국당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23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법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특검을 받으면 국회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야3당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공세쇼”라고 일축했다.

이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시한을 넘기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도 사실상 무산됐다. 특검 도입과 개헌 무산의 책임을 놓고 여야 간 대치정국이 가팔라지고 있다.

◆‘선(先)특검’ vs ‘선(先)수사’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 후 공동입장문을 통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의 진상규명,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개헌, 산적한 국회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야3당은 특검이 수용되면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청와대와 민주당이 계속 거부하면 야권 공조로 대국민 서명운동도 전개할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여당은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고 미진할 때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힌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특검을 여야 합의 없이 한 사례가 있었느냐. 야3당의 특검 주장은 일방적인 정치공세쇼”라고 비판했다.
◆드루킹 특검 향방은

한국당(116석) 바른미래당(30석) 평화당(14석) 등 야3당의 의석수는 국회 재적의원(293명)의 절반을 넘는 160석에 달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 상정 자체가 어렵다. 쟁점 법안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이 반대하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수 없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지만 반대하면 통과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법사위를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검법안 심의에서는 전례가 없다.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올릴 안건 지정을 거부하면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31년 만에 개헌도 적신호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헌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월 개헌을 위해 필수적인 국민투표법 개정은 결국 시한을 넘겼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려면 이날까지 개정안을 처리했어야 한다. 연내 개헌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1987년 이후 31년 만에 추진하는 개헌을 현정권 내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막판까지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정 의장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원내 4개 교섭단체 대표들과 만나 4월 국회 정상화와 개헌안 합의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원내대표들은 이른바 ‘드루킹 특검’을 놓고 또다시 충돌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자리를 마쳤다. 당초 4월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았던 방송법 개정 논란에 이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에 관한 각종 의혹까지 쏟아지며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게 된 셈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