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전 156기로 우승컵에 입맞춤한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왼쪽 사진)과 그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는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오른쪽 사진). AFP연합뉴스

언니 모리야 '155전 156기'...쭈타누깐 자매 감격의 눈물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챔피언 퍼트를 넣기도 전이었다. 입술을 깨문 채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작은 키(154㎝)에 평범한 비거리(동생은 300야드 장타자다), 결정적인 순간에 약해지는 유리멘탈 …. 언니는 동생의 우승을 일곱 번이나 지켜보며 ‘무관의 한’을 곱씹어야 했다. 동생은 “함께 챔프가 되자”며 늘 미소를 잃지 않던 언니의 마음고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6개월 빨리 태어난 모리야는 동생이 유럽투어(LET)에서 샷을 가다듬을 때 한 차원 높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2년 먼저 데뷔했다. 그해(2013년) 신인왕도 언니가 차지했다. 하지만 동생이 LPGA에 합류한 뒤로는 늘 에리야의 그늘에 가렸다.

언니의 존재감은 지난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2월 혼다타일랜드 대회에서 공동 7위로 ‘톱10’에 들더니 이후 6월 말 월마트챔피언십(2위)까지 13개 대회에서 톱10에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리며 ‘잠자던 실력’을 깨워냈다. 그러고는 156번째인 이번 대회에서 챔프의 꿈을 이뤄내며 ‘자매 시대’를 열어젖혔다.
자매의 반전 뒤엔 두 가지가 있다. 동생에게서 얻은 영감이 첫 번째다. 모리야는 “메이저까지 제패한 동생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비거리 내는 법도 틈틈이 전수했다. 2016년까지 240야드대에 불과하던 모리야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지난해부터 250~270야드대를 손쉽게 넘나들게 됐다.

자매는 멘탈 코치도 공유한다. 피아 닐슨과 린 매리엇(이상 미국)이 세운 멘탈 아카데미 ‘비전54’에서 줄곧 심리강화 훈련을 받았다. 티샷하기 전 얼굴에 미소를 띠는 에리야의 ‘미소 루틴’과 불안감의 원천이었던 드라이버 티샷 대신 우드 티샷을 주로 하기 시작한 것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쭈타누깐 자매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내하고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자주 말했다.

언니 모리야는 박인비라는 ‘거목’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은 채 우승까지 내달았다. 동생 에리야가 2013년 3타 차 앞서다 역전패당하고, 지난해 HSBC챔피언십에서 1타 앞서다 역전패한 아픔을 안겨준 이가 바로 박인비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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