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 자구안 잠정 합의… 정상화 물꼬

사측, 군산공장 남은 직원 무급휴직안 철회
노조, 휴가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 축소 수용

무너진 영업망 회복·협력사 조속 지원 절실

한국GM 노사가 23일 복리후생 축소 등이 담긴 자구안에 잠정 합의했다. 자구안은 노조원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직원들이 이날 낮 점심식사를 마친 뒤 생산라인으로 복귀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GM 노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데드라인’인 23일 자구안에 대한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날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11시간 동안 마라톤 교섭을 벌인 결과다. 한국GM은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피해 다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숨막혔던 노사 교섭

잠정 합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당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못 박은 데드라인은 지난 20일이었다. 한국GM의 현금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까지 노사 자구안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게 GM 본사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데드라인은 23일 오후 5시까지로 사흘 연장됐다. 20일 저녁 열린 한국GM 이사회에서 산업은행 측 사외이사 세 명이 법정관리 신청 안건에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일인 21일 다시 열린 노사 교섭은 소득 없이 허무하게 끝났다. 22일 가까스로 협상이 재개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임한택 노조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한국GM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이날 밤늦게 ‘5자 회동’을 열면서 접점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노사는 23일 새벽 5시부터 교섭을 재개했다. 이후 11시간 동안 마라톤 교섭을 벌인 끝에 오후 4시께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데드라인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셈이다.

노사는 희망퇴직 후 군산공장에 남은 직원 680명에게 일단 추가 희망퇴직 기회를 주기로 했다. 추가 희망퇴직 후에도 남는 잔류 직원은 부평 및 창원공장에 전환 배치하는 방안 등을 별도로 합의하기로 여지를 남겼다. 신차 2종을 배정하는 방안도 잠정합의문에 담았다.
GM이 부평공장에는 신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창원공장에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사가 손을 맞잡기로 했다. 휴가비와 임직원 차량 할인 등 복리후생 비용(연간 3000억원)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사측은 그동안 자녀 학자금 등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절감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발 물러섰다.

◆무너진 영업망 회복이 관건

이번 노사 잠정 합의로 한국GM은 파국을 피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트게 됐다. GM은 당장 이번주 내로 6000억원 이상의 긴급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지원 없이 현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5일 사무직 직원 임금 300억원을, 27일에는 희망퇴직자 2500여 명에게 위로금 5000억원을 줘야 한다. 협력업체 부품 대금도 밀려 있다.

한국GM 노사의 자구안이 마련됨에 따라 정부와 GM의 자금 지원 방안도 조만간 윤곽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GM은 한국GM에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기존 대여금을 출자전환할 방침이다. 신차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 등으로 10년간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카젬 사장은 “GM과 산은 등 주요 주주 및 정부로부터 지원을 확보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GM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자동차 회사로서 경쟁력이 훼손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미 한국GM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반토막 났다. 영업망도 붕괴 직전이다. 한국GM 사태 두 달 만에 전국 대리점 305곳 중 20곳이 폐업했다. 3400명에 달하던 영업사원도 2000여 명으로 절반가량 이탈했다. 30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는 공장 가동률 하락과 매출 급감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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