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가수 정세운/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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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세운의 별명은 ‘팀 정세운’이다. 다른 사람으로 보일 만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발라드를 부르다가도 금세 애교 있는 표정을 짓는 그는 과연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요즘은 섹시 콘셉트를 담당하고 있는 정세운이 가장 인기다. 반쯤 감은 눈, 간드러지는 목소리, 유연한 몸짓은 섹시 담당 정세운의 주특기다.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의 눈빛이 가 닿는 곳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에서 정세운의 단독 콘서트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가 열렸다.

‘해필리 에버 애프터’는 지난 3월 31일과 4월 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연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에버 애프터’의 앙코르 공연이다. 당시 예매 시작 30초 만에 매진을 달성했던 정세운은 보다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맞았다. 정세운은 “연세대 공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며 “돌출 무대가 있어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 정세운/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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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운은 이번 공연에서 지난해 발표한 데뷔 음반 ‘에버(Ever)’와 지난 1월 내놓은 두 번째 미니음반 ‘애프터(After)’의 수록곡을 두루 들려줬다. ‘바다를 나는 거북이’로 시작한 공연은 노래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온도와 색깔로 변해갔다. 뇌쇄적인 분위기의 노래 ‘톡 톡(Toc Toc)’을 부를 땐 뜨겁게 타올랐다가 발라드곡 ‘미라클(Miracle)’ ‘독백’이 흐르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관객들은 함성과 ‘떼창’으로 분위기를 달구는 것은 물론 발라드곡에서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밝게 켜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냈다.
발표한 노래가 많지 않아 절반에 가까운 레퍼토리가 커버 무대로 채워졌다. 정세운은 블랙핑크의 ‘불장난’과 빅뱅의 ‘뱅뱅뱅(Bang Bang Bang)’, 워너원의 ‘에너제틱(Energetic)’, 방탄소년단의 ‘아이 니드 유(I Need U)’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부터 저스틴비버의 ‘보이프렌드(Boyfriend)’와 숀 멘더스의 ‘머시(Mercy)’ 등 팝송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고(故)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부르는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애처로웠다. 절절하게 토해낸 박원의 ‘노력’은 쓸쓸한 뒷맛을 남겼다.

가수 정세운/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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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가 연달았지만 가장 깊은 여운을 새긴 건 정세운의 자작곡 ‘닿을 듯 말 듯’이었다. 자신을 일으킨 빛에 관해 쓴 노래다. 웅장하게 울리는 드럼 연주 사이로 따뜻한 전자기타 선율이 흘렀다. 정세운이 발을 디디고 있던 무대는 허공 높이 올라갔다. 그의 등 뒤로 넓은 우주가 펼쳐지는 듯 했다. 이어진 노래는 ‘노 베러 댄 디스(No Better Than This)’였다. “날 부드럽게 둘러싼 아름다운 너란 노래를 부르고 싶어”라는 가사가 팬들에게 보내는 정세운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공연 초반 “내 콘서트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호언했던 그는 3시간 내내 전력을 다해 매 순간을 즐겼다. 무대를 떠나는 발걸음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언젠가 다섯 시간 동안 콘서트를 할 날을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노 배러 댄 디스’라는 노래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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