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대한 북한 신호 불분명해 두고 봐야" 신중론도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을 포함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체로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하면서 닷새 뒤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에 핵보유국과 관련한 언급이 계속되고 비핵화나 기존의 핵 폐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신호로 보기는 어려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2일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라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서 비핵화 의지를 한 발 더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핵실험장 폐쇄는 강력한 의지이고 동결을 넘어 불능화에 해당하는 것이라 비핵화 조치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의) 모라토리엄 조치를 부분적으로 하고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은 동결 조치의 한 단계일 수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 대단히 전향적이고 선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의 핵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가 없는데 이는 (북한) 국내적으로 언급하기가 껄끄러웠을 수도 있고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핵 폐기를 벌써 거론하는 게 부담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신호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아 이것만 가지고 평가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서도 낙관적 전망이 많았지만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심도 있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식의 모호한 정도가 아니라 '특정한 시한 내에 핵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현욱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체제를 보장하면 비핵화하겠다는 조건부 식으로 입장을 밝힐 수는 있겠지만, 우리측이 원하는 수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수준의 합의 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비핵화가 공식화돼 있지 않다"며 "비핵화는 북미 간 현안이니까 '한국 정부는 이것 이상 요구하지 말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향후 협상에서 다룰 비핵화의 범주를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중단의 범주를 핵실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로 지목했는데 향후 비핵화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비핵화의 범주를 암시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성렬 연구위원은 "협상 대상이 분명하지 않으면 협상과 이행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포괄적 합의를 이루면서 무엇을 비핵화할 것인지에 대한 항목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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