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놓은 것일 수도"…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반응과 차이

북한이 21일 핵실험을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백악관 인사들이 놀라기는 했지만, 사적으로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WP는 북한의 발표는 다음 달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한 백악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덫을 놓은 것일 수 있으며 강경한 입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일 수 있는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발표 한 시간여 뒤 "진전" 및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지만, 막후 익명의 백악관 보좌관들은 김정은의 발표에 언급되지 않은, 비핵화로 가기 위한 직접적인 약속에 더 주목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록 몇몇 외교 정책 분석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긍정적인 조짐으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감흥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들 보좌진은 김정은 위원장의 움직임은 그가 합리적이며 기꺼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환상'(illusion)을 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약속들(modest pledges)을 제안한 것이지만, 이 약속은 바로 뒤집힐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보좌관은 또 미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징벌적인 경제 제재의 완화를 끌어내려 한다는 게 보좌진의 진단이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가 풀린 뒤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이들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워싱턴의 몇몇 분석가들은 트럼프에게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가능한 방안으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의 한도를 설정하는 식으로 우선 북한의 무기들을 통제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현재 전개되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아시아 담당인 마이클 오슬린은 "우리는 북한이 세계와의 관계를 사실상 정상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을 원하는 점을 지적했다.

오슬린은 "이런 대화들은 북한을 핵 파워로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는 점이 바로 현실"이라고 WP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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