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안보위협 '북핵·ICBM' 제거 목표…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성과 올리기'
중, '적극 역할론' 강조하며 한반도 개입 의지…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평화협정 논의 관여
일, 북한과의 대화재개 기대감 커져…수세몰린 아베, '납북자 문제' 해결 총력 기울일 듯
러, 즉각적 반응 자제하며 상황 주시…6자회담 틀 활용해 평화체제 논의 개입 주력할 듯

역사적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한반도 주변 4강들이 앞다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잉태해온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게 주조를 이룬다.

그러나 속내는 제각각이다.

북한의 '전략적 노선' 변경과 뒤이을 동북아 정세의 대전환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손익 계산에 저마다 분주해 보인다.

◇ 미국 "큰 진전" 즉각 논평…트럼프, '외교성과' 올리기 총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지 한 시간여 뒤 트위터에서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고 밝혔고 이로부터 5시간 뒤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재차 메시지를 날렸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자국 안보에 최대 위협요인이었던 북한 핵·ICBM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중대한 합의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한다면 그 어떤 전임자도 이뤄내지 못한 '외교적 쾌거'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취임 후 '러시아 스캔들'과 연이어 터진 성추문 등으로 미국 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평가' 성격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같은 외교적 호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담판'을 짓는 것은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주도력을 유지 또는 확장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으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려는 중국을 견제하는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중국 "적극적 역할하겠다"…한반도 정세 완화에 도움"…'중국 역할론' 거듭 강조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연쇄적 흐름속에서 외교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이날 북한의 결단은 환영하면서 자국의 역할론을 거듭 강조하며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지난달 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를 복원하기는 했지만, 북미 정상이 직접 담판을 모색하는 현 국면에서 자칫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짙게 깔려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정세를 한층 더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환영했다.

루 대변인은 더 나아가 "중국은 계속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도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히며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앞으로 있을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 및 종전선언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자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6자회담 체제를 복원시키며 한반도 평화 논의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 일본 "긍정적 움직임" 환영…북일대화·납북자 문제 해결 모색
북한에 대해 유독 강경론을 고수해온 일본이지만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 대열에 가세했다.

그동안 한국,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와중에도 대화 흐름에서 철저히 배제돼온 일본으로서는 '재팬 패싱' 우려를 떨쳐낼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면서 주변국과의 대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북일 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중국,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에 있고 한국, 미국과는 이미 대화를 진행 중인 만큼 '주변국'이 일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베 정권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 일변도 원칙을 고수해왔으나 한반도 주변국의 분위기가 북한과의 대화로 흘러가는 속에서 내심 소외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꾸준히 대화를 모색해왔다.

아베 총리로서는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내 정치 현안인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통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 러시아, 6자회담 확대로 한반도 논의 주도권 회복 노릴 듯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북한의 결정을 발 빠르게 환영하고 나선 반면 러시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유럽에 정치적 중심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놓고는 6자회담 당사국임을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꾸준히 발을 담가왔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과 한반도 사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하고 관련국들에 이행을 촉구해온 만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미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으려 발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 문제 논의를 주변 관련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6자 회담 형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6자회담 내 동북아지역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의 틀과 지분을 활용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논의 등은 바로 6자 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했고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로 서방 각국에서 러시아 외교관들이 대거 추방당하며 서방과의 관계도 급랭한 상태다.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는 시리아 정권을 비호하며 유엔 차원의 제재 움직임을 번번이 무산시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며 사실상 외교적 고립 상황에 처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외교무대에서 다시 주도적 역할을 회복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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